법무부는 흉악범 사형수 15명을 지난 6일 서울·부산·대구에서 교수형에 처했다고 발표했다. 새정부 출범후 처음인 이번 사형집행은 92년 12월 흉악범 9명을 처형한지 1년 10개월만의 일이고, 규모로는 82년 23명을 한꺼번에 처형한후 12년만의 최대 숫자다. 이처럼 무더기로 사형을 집행한 것은 지존파 사건등 최근 잇달아 터지고 있는 강력범죄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라고 한다. 신문에서 그 기사를 읽는 동안 나의 머리에는 지난 여름 중국에서 목격했던 공개처형이 떠올랐다. 서안에서 버스를 타고 가다가 강변에서 살인강도범 2명을 총살하려고 준비하는것을 보았는데, 많은 구경꾼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북한도 공개처형을 하고 있고, 처형전에 사형수들을 거리로 끌고 다니기도 한다는 기사가 얼마전 신문에 났었다. 공개처형을 하는 목적은 공포를 통치수단으로 삼으려는 의도 때문이라고 볼수 있다.
무더기 처형을 공개처형에 비유하는것은 지나친 느낌이 있지만, 목적을 위해 사형집행을 도구화하는것은 어떤 경우에도 비문명적이라는 비판을 면할수 없다. 법무부는『정부의 단호한 법집행 의지와 법의 엄정함에 대한 경각심 고취로 사회기강을 바로잡기 위해서 사형을 집행했다』고 밝혔는데, 법의 엄정함에 대한 경각심은 재판에서 흉악범들에게 사형언도를 내린것으로 충분하다. 사형집행이 국가에 위임돼있다 하더라도 충격요법이나 전시효과를 계산하면서 생명을 죽인다는 것은 옳지 않다.
기존의 가치관이 급격하게 붕괴하는 복잡 다양한 산업사회에서 정부는 자신이 책임질수 있는 일의 한계를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반인륜적인 사건들이 잇달아 일어난다고 해서 그 모든 책임이 정부에 있는것은 아니다. 강력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번번이 국민에게 사과하고, 당장 가시적인 대응책을 내놓으려고 서두르는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는 국민의 도덕교사나 훈육주임이 아니고, 학부모도 아니다. 정부는 치안에 만전을 기하여 범죄를 예방하려고 노력해야지, 이미 범죄를 저지르고 사형언도를 받은 사형수 처형으로 법집행 의지를 과시해서는 안된다.
그동안 역대 정부는 강력범죄가 터질 때마다 국민에게 사과를 하고, 서둘러 대책을 내놓았으나, 그 사과와 대책이 무슨 효과를 거두었는지 의심스럽다. 1년10개월전에도 경각심을 높이려고 흉악범 9명을 무더기로 처형했으나, 사회기강 확립에 기여한바 없었고, 그 증거가 계속 터지고 있는 강력사건들이다. 그 숫자를 15명, 20명, 25명으로 늘려봤자 효과는 마찬가지다.
사형제도를 폐지하자는 소리가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마당에 사형집행의 숫자로 충격을 주겠다는 발상은 그 자체가 폭력이다. 문민정부임을 강조해온 정부가 첫 사형집행을 이런식으로 처리한것은 매우 유감스럽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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