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간 구분없이 “관용” 중론/민자/“구속까지야 하겠나” 선처 예상/민주 모친사망을 계기로 박태준 전포철회장의 귀국이 임박해지자 정치권은 여야 가릴것 없이 「정치적 관용」을 기대하는 반응을 보였다. 정당별로 혹은 계파별로 박씨문제를 보는 시각은 인륜에 얽힌 동정론, 구여권의 포용, 정치적 사면등 다소 해석의 차이가 났으나 가급적 무거운 사법처리는 피해야 한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여권은 박씨문제를 일단 「인륜에 관한 일」로 치부하면서 정치적 시각을 애써 배제하고 있다. 『상가에 조의를 표하는 것은 인륜의 문제며 상주의 귀국도 같은 차원에서 파악해야 한다』는게 여권의 공식적인 언급이다. 그러나 관심거리인 박씨의 사법처리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관측이 다수다. 민정·민주계 모두 같은 의견이다.
민자당의 문정수사무총장은 이날 『사법처리는 국민감정에 걸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민주계 당직자들도 『대통령이 조화를 보낸 사실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며 『검찰조사 이상의 사법처리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민정계는 지난 대선 당시 박씨와의 연대 여부에 관계없이 동정적 시각을 갖고 있다. 대통령후보경선 당시 박씨와 맞서 추대위를 이끌었던 김윤환의원은 『귀국이 진작 이뤄졌어야 했다』며 『사법적 문제는 원만히 처리되지 않겠느냐』고 희망했다.
관용을 바라는 시각은 같지만 그 해석은 계파별로 약간 차이가 난다. 민정계는 『이제는 채찍질하기보다는 감싸 안아야 할 때』라고 보고 있다. 특히 내년 지자제선거를 앞두고 여권의 힘을 한데 모으기 위해서는 대표적 구여권인사인 박씨를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비해 민주계는 『박씨는 정치적으로 중요성을 잃은 사람』이라며 정치적 의미부여에 거부감을 보인다. 한 민주계 당직자는 『박씨가 비행기탑승을 자꾸 미룸으로써 자신의 귀국을 정치문제화하고 동정심을 유발하려 하고 있다』며 불쾌한 반응까지 보였다.
○…민주당의원들도 대체로 박씨에게 동정을 표시하면서 『그를 구속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는 물론 박씨에 대한 사법처리가 단순한 법률적 차원의 문제가 아닌 정치성이 개입된 사안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조세형 최고위원은 『박씨가 모친별세 때문에 귀국하는 데다 현 정부출범 후 시일도 많이 흘렀으니 과거의 앙금도 희석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선처를 예상했다. 김원기 최고위원도 『형사처벌을 하면 정권에 부담이 될 것』이라며 『소환조사등 형식은 갖추되 구속은 하지 않는 방향으로 결론이 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유준상 최고위원은 『국가경제에 기여한 그의 공로를 봐서라도 구속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권로갑 최고위원도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임종도 못한 심정이 어떻겠느냐』며 동정론을 폈다.
반면 율사출신인 신기하총무는 『죄과가 무거우면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 하나 만약 정치적 문제라면 원만히 해결되기를 기대한다』며 원칙론적 입장을 보였다.
이와 함께 의원들은 박씨의 정치재개 가능성 여부에도 관심을 보였는데 엇갈린 견해가 함께 나타나고 있다. 조최고위원은 『TK쪽의 권유를 받을 수도 있다』고 점쳤으나 김·유 최고위원은 각각 『정치에 환멸을 느꼈을 것』 『원래 정치인도 아니었고 정치적 야심도 약하다』며 가능성을 부인했다.【유성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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