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 하극상 “단호처리” 중론/실태조사 전군확산 “군기비상” 장교 무장탈영사건과 관련, 상관폭행 및 모독을 한 사병 23명을 비롯해 지금까지 29명의 장교·사병이 무더기로 구속됨에 따라 사건의 파문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아무리 일벌백계로 다스리는 것이 군의 속성이라 할지라도 소규모 예하부대에서의 탈영사건으로 수십명이 한꺼번에 구속되는 일은 극히 드문 일이다.
육군이 이처럼 철저한 수사를 펴는 것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고질화된 군기강 해이를 바로잡아 군기쇄신을 기필코 확립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명으로 일단 풀이된다. 앞으로 구속자수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군기위반 실태조사 역시 전군으로 확산되고 있어 각군의 장교·사병들은 살얼음 판 같은 「군기 비상」이 걸렸다.
국방부도 6일 비록 이번 사건이 육군의 한 부대에서 발생하긴 했지만 다른 예하 부대나 해·공군등에서도 유사한 행태가 저질러 져 왔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판단하에 오는 10일부터 특명검열단의 특별감찰을 실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달 27일 장교들과 하사관의 무장 탈영사건에 이어 해당 부대의 군기문란 실태를 접한 군고위 관계자들은 물론 사병들 조차도 이같은 행위가 너무나 충격적이고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듯 혀를 차는 분위기다.
올 연말로 30년 군생활을 마감하는 육군의 한 관계자는 『단편적으로 군내 하극상이나 군기문란 사례를 직접 경험하기도 하고 몇몇 경우를 들어봤지만 사병이 장교를 집단 구타하고 의도적으로 반말을 하는등의 행태는 도저히 상상이 안간다』고 말했다.
전역을 눈 앞에 둔 국방부의 한 현역 병장(23)도 『후방 부대에 근무하는 훈련소 동기등을 통해 일부 군기강 해이의 문제점도 들었고 실제로 사병들이 신임 소대장이나 하사관들을 무시하는 분위기에 대해서도 알고 있지만 이번 경우는 같은 사병 입장에서 보더라도 너무 지나친 것 같다』고 걱정했다.
사고 부대인 53사단의 관할 헌병대등 군수사당국은 수사가 진행되면 될수록 군기문란의 정도가 상식을 넘어 그 심각성을 더해 가자 내심 당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소대장 길들이기」라는 은어에서 부터 상관에 대한 구타·반말, 소대장실에서의 화투놀이, 소대장 군화감추기등의 작태는 이같은 사실이 공개될 경우 국민들의 군에 대한 신뢰감이 무너져 내릴 것이란 우려의 판단도 했을 것이다.
때문에 육군은 사태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사건 수사과정을 쉬쉬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곧 의도적인 은폐기도라는 비난 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육군을 비롯한 군장성 진급 및 보직인사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이같은 군기문란의 진상이 백일하에 드러날 경우 당장 몇몇 인사 해당자들은 치명타를 입을 수도 있다는 시각도 군이 수사과정을 선뜻 공개할 수 없었던 중요한 요인의 하나로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육군은 사건 발생 직후 그 원인을 주로 해당 신임 장교들의 자질부족 내지 돌출행동으로 몰고 가면서 범법행위가 명백한 탈영자들과 상관 구타 사병들, 그리고 직속 상관인 대대장과 중대장 정도만 구속하는 선에서 마무리하려는 듯한 인상을 풍겼었다. 현재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 회의 참석차 방미중인 이병태국방장관은 지난달 30일 이례적으로 전군지휘관회의를 긴급 소집, 각 군별로 군기위반 실태를 보고받고 향후 군기강확립대책을 논의하는등 모양새를 갖췄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군내부는 물론 외부의 군원로들 조차 강한 분노를 표시하면서 군기쇄신을 위한 단호한 처리를 충고했고 구속자 수도 처음 7명에서 10명으로, 다시 15명, 29명등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해당 연대장은 징계위원회에 회부됐고 사단장은 조만간 직위해제등 문책을 당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상관 구타사건이 발생해 관련자들이 자대영창에 입감될 때부터 진상을 알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돼 그보다 더한 처벌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홍윤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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