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참병, 점호때 담배피우기까지/“알아서하라”에 일병이 행동대원 육군 53사단 4대대 장교와 하사관의 무장탈영사건으로 노출된 고참사병들의 이른바 「장교 길들이기」는 초임 장교들과 단기 하사관들을 가장 괴롭히는 군대사회의 적폐다.
특히 명예의식을 무엇보다 중히 여기는 초임 장교들을 심각한 갈등과 회의에 빠뜨리는 「장교 길들이기」는 군기가 엄한 전방부대보다는 후방 예비부대, 그중에서도 해안경비부대와 도서기지등 격별(격별)부대에서 흔히 자행된다.
대부분의 초임 장교들은 짧게는 3∼4개월, 길게는 1년가까이 사병들의 악랄한 작태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역자들이 고백하고 있다.
논산 모사단에서 보병장교로 근무한 김모씨(27)는 초임 소위로 중화기 중대에 배치받았을때 고참사병들이 숫제 자신을 무시하고 상대하지 않아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대답은 물론 경례도 하지않았다. 점호를 취할때 일부 고참병장들은 주머니에 손을 넣거나 고개를 숙이고 담배를 피우기도 했다. 일종의「초임장교 길들이기」였다.
고참병장이 신참병장이나 상병들에게『알아서 하라』고 지시하면 이들이 다시 일·이병에게 행동지침을 하달하며, 행동대원은 주로 일병이 맡았다. 김씨는 처음 몇달간 고생했으나 문제사병 개인면담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솔선수범으로 사병들을 통솔할 수 있었다.
최근까지 전방 모사단에서 장교생활을 한 최모씨(25)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최씨는 소대장시절 사병들의 군기가 해이해져 선착순훈련을 시켰는데 병사들이 담합해 동시에 골인해 알고보니 고참병장이 『먼저들어가는 놈은 괴로울줄 알라』고 위협한 때문이었다.
이같은 사례는 육군뿐 아니라 해·공군등 타군도 마찬가지다.
91년 해군 학사장교로 임관됐던 서모씨(28)는 처음 소대를 맡았을때 고참병장들이 말을 듣지 않아 3개월정도 어려움을 겪었다. 점호시간의 경우 고참들은 복장, 병기점검등에서 문제점을 지적해도 일부러 시정하지않았다. 다른 병사들도 고참병장의 말을 잘 듣고 신임소대장의 말은 듣지 않았다. 고참병장들은 소대장이 없는 자리에서 다른 병사들에게『소대장의 말은 듣지 않아도 된다』고 공공연히 말했다.
단기하사관들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사관 출신의 박모씨(24)는 분대장으로 있을 때 분대원들에게 몇차례 얼차려 기합을 줬다가 밤에 고참병장에게 구타당한 일까지 있었으며, 제대할때까지 고참병장들의 눈치를 봐야했다고 말했다.【권혁범·장학만기자】
◎고참병장 「귀족」같은 생활/병영활동 열외… 하루종일 빈둥/감독소홀한 독립부대가 더 심해/장교도 통솔위해 「특권」묵인관행
사병집단에서 병장 진급은 「귀족생활」로의 진입을 뜻한다. 「중장 위에 대장, 대장 위에 병장 있다」는 병영내 유행어가 이를 잘 말해준다.
특히 상급부대와 격리된 독립부대일수록 고참 사병들에 대한 대접은 융숭하다. 상급부대의 감독이 소홀해 사병들 사이에 얼차려와 구타가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장교들도 병장의 특권을 어느 정도 인정해줘야 수적으로 훨씬 많은 사병들을 통제하기 쉬워 병장들의 군기일탈행위를 묵인하는 경우도 많다.
고참병장이 되면 사병들의 일상생활에서 열외의 특혜를 누릴 수 있다. 매일 막사를 지키는 막사지기, 내무반당번, 페치카담당인 「뻬당」등 장교들이 통제하기 힘든 곳이면서 가장 편한 곳이 병장들 차지다. 그것마저 하기 싫으면 환자라는 핑계로 하루 종일 막사안에서 빈둥대기도 한다.
제일 막내인 이등병이 관물대 정리에서부터 군복세탁, 침구 정리, 식사 타오기등 모든 일을 도맡아 해준다. 이등병이 거부하거나 게으름을 피우면 군기를 잡는다는 이유로 곧 병장이 될 상병들이 「얼차려」라는 기합을 주거나 구타를 한다.
이같은 특권으로 고참 사병은 아침에 일어나면 인원점검에만 참가하고는 적당히 시간을 보낸뒤 밤에는 하급자들이 준비한 라면과 술로 무료함을 달랜다.
제대 1개월전부터는 「갈참」「제대말년」이라는 명칭과 함께 아예 군복은 벗어던지고 운동복 차림으로 하루 하루를 보낸다. 일부 고참병들은 그림이나 조각에 재주가 있는 하급자들에게 자신의 초상화나 조각품을 만들 것을 강요하기도 한다.【선연규·박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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