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문제 전념 벗어나” 불쾌·경계/“최근 정치·사회상황이 기여” 판단/“당장 정치복귀선언은 안할듯” 관측 『대통령선거가 언젠데 벌써부터 이렇게 시끄러워』
김대중아태재단이사장의 최근 행보에 대해 6일 한 여권 고위인사가 보인 반응이다. 차기 대통령선거를 겨냥한 김이사장의 「벽돌쌓기」, 이것이 김이사장의 활동에 대한 여권의 한결같은 평가이다.
여권인사들중 김이사장의 정계은퇴를 믿었던 경우는 거의 없었던게 사실이다. 김종필민자대표는 『김씨의 정계은퇴선언 자체가 정치활동』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러면서도 대부분 여권관계자들은 김이사장의 본심이 「한참후에나」나타나리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결국 「식언」에 대한 국민여론의 질타를 의식, 정계로 돌아오지 못할 지도 모른다』는 희망섞인 소수의 관측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김이사장이 최근 눈에 띄게 비통일적인 움직임을 보이자 여권은 한편으론 불쾌하면서도 다른 한편 경계의 눈빛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여권은 김이사장의 활동중 되풀이되는 외유와 지방자치관련 세미나 연설, 박정희전대통령추모위 고문직 수락등을 특히 주목하고 있다. 『이는 명백히 자신의 「통일문제 전념」다짐을 벗어난 것』이라는게 여권의 공통된 견해다.
거듭되는 외유에 대해 여권인사들은 『한번 나갈 때마다 언론의 조명을 받으니 홍보효과로서는 그만 아니겠느냐』 『국제정치인으로서의 이미지 제고를 노린 고도의 정치술』이라는등의 비판을 서슴지 않는다.
또 박전대통령 추모위 고문직 수락은 『최대의 정적을 「추모」하는 극적인 제스처를 국민에게 보여줌으로써 과격한 이미지를 희석시키려는 것』이라고 보고있다. 『아직까지도 박전대통령시대에 대한 향수가 남아있는 TK(대구·경북)지역 정서와 구여권 보수세력을 겨냥했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 5일의 지방자치세미나 연설은 『지방자치문제를 징검다리삼아 통일문제에서 정치사안으로 관심영역을 전환하겠다는 의도』로 파악하고 있다.
이같은 외부의 시선을 모를리 없는 김이사장이 차근차근 보폭을 넓혀가고 있는 데에는 최근의 어수선한 정치·사회상황이 적지않은 「기여」를 했으리라는게 여권의 자체판단이다. 하향곡선을 긋고있는 여권의 인기지수, 잇단 강력사건으로 흉흉해진 민심등이 김이사장으로 하여금 「이제 내가 나서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갖게 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이에비해 민자당의 한 고위당직자는 『「부전공」으로 삼았던 통일문제에서 별 성과를 보지 못하자 아예 「전공」인 정치 재개로 맘을 고쳐먹은게 아니냐』고 말했다. 『청와대측의 선수로 최근의 방미가 사실상 실패로 끝난게 DJ의 정치재개 시나리오에 중대한 변수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처럼 김이사장의 「정치재개」를 당연시 하면서도 여권은 김이사장이 당장 정치복귀를 공식선언 하지는 않으리라고 보고 있다. 또 다수의 여권인사들은 기존의 민주당이 김이사장의 정치재개 발판이 되는데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한 여권인사는 『민주당내 DJ의 조직인 내외연을 주목해야 한다』면서 『DJ는「국민이 원하는 상황」을 기다릴 것』이라고 내다봤다.【신효섭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