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생태계 유지 “제2 이데올로기” 오스트리아에서 환경보호는 민주주의 다음가는 제2의 이데올로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환경을 훼손하는 경제정책은 이익이 아무리 크다 해도 추진되기 어렵다. 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가 워낙 단단하게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국가적 합의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환경론자와 개발론자들의 극한 대립과 국론의 분열이라는 격렬한 진통을 겪은 끝에 도출된 것이다.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에서 슬로바키아 쪽으로 50쯤 떨어진 도나우 강변의 하인부르크는 환경론자와 개발론자들이 한판 승부를 벌였던 「격전장」으로 전 세계 환경보호론자들에게는 일종의 메카와 같은 곳이다.
10년전인 1984년 겨울, 울창한 삼림지대인 이곳에 오스트리아 정부의 대규모 댐 건설계획을 저지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6천여명의 환경보호론자들이 모여들었다. 거대한 인간사슬을 형성한 이들은 곤봉을 휘두르며 해산에 나선 경찰과 3주동안 격전을 벌인 끝에 오스트리아 정부의 양보를 얻어냈다. 「하인부르크 승리」이후 유럽 각국에선 환경보호론이 개발론을 누르고 국가정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됐다.
이 시위의 지도자로 현재 빈에서 발간되는 시사평론지「포룸(FORUM)」의 발행인으로 있는 G 네닝씨(72)는 하인부르크 사태를 『자연과 인간의 가치를 지킨 위대한 시민운동의 승리이며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 역사적 사건』이라고 평가한다.
당시 오스트리아정부는 댐만 건설되면 고질적인 전력부족이 말끔히 해소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시위참여자들은 정부와는 다른 분석자료와 장기적 계획으로 정부논리를 반박했다. 「원시 자연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는 하인부르크지역은 11월부터 2월까지는 강물이 얼어 댐을 건설해도 수력발전이 불가능한 곳이다. 이런 곳에 댐을 건설해 봐야 환경만 파괴될 뿐 경제적 실익은 미미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댐건설계획을 취소하고 대신 전력수요를 줄이는 방향으로 에너지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이 내세운 논리였다.
이처럼 합리적 경제적 논리를 앞세운 하인부르크 보존운동은 「자연은 무조건 지켜져야 한다」는 감상적 논리가 고작이었던 당시 유럽의 환경보호운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되고있다.
최근 오스트리아정부는 하인부르크 지역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원시자연상태를 유지키로 했는데 이같은 방침은 10년전 하인부르크 보호에 나섰던 사람들의 통찰력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다.【하인부르크=김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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