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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4.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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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라우」공화국은 필리핀 동남쪽에 있는 조그마한 섬나라다. 2백여개의 산호섬으로 된 면적 5백㎢에 인구 1만5천명의 뭐하나 자랑할 것 없는 전형적인 남태평양 섬나라지만 1일 의젓한 독립국가가 됐다. ◆팔라우는 처음 독일이 영유했다가 1차대전후 일본이 국제연맹의 위임통치령에 따라 지배했고 2차대전 후엔 유엔의 신탁통치 결정에 따라 미국이 위임통치를 하는등 독립할 때까지 파란만장한 과정을 거쳤다. 이 나라의 독립은 나라 규모와 관계없이 유엔엔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유엔이 2차대전 전후처리의 한 방안으로 이용했던 「신탁통치」가 이 나라의 독립으로 지구상에서 모습을 감추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도 자칫 굴레를 쓸 뻔했던 신탁통치는 자치능력이 없는 나라를 그러한 능력을 가질 때까지 대신 통치함으로써 혼란을 사전에 방지한다는 뜻을 담고 있지만 강대국들이 세력확장 수단으로 이용한 면도 부인할 수 없다. 이를 당한 측들이 새로운 형태의 식민통치라고 불만을 터뜨린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신탁통치가 자치능력이 없는 국가의 성장에 얼마나 기여를 했고 그것이 바람직한 방법이었는가는 앞으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인 것 같다. ◆유엔은 내년으로 창설 50주년을 맞는다. 이에 따라 유엔의 개혁이 한참 논의되고 있다. 개혁결과는 두고 봐야겠지만 지금처럼 당하는 측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강대국 중심의 일방적인 평화유지방법이 통하던 시대는 지났다. 유엔도 2차대전체제에서 벗어나 탈바꿈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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