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슬바람이 피부에 와닿는 감촉을 느낄 수 있는 계절이다. 해마다 이맘 때가 되면 대학캠퍼스는 한층 더 스산하게 마련이다. 활엽수들의 성급한 낙엽이 발길에 채여 젊은 지성들의 감성을 자극하기 때문만은 아닐게다. 비좁은 취업의 문이 「4년의 대학생활」을 마감해야 하는 졸업예정자들의 마음에 불안과 초조를 가중시켜 한상백로를 몸으로 느끼게 하는지 모른다. ◆대졸예정자들의 취업전망은 올해도 밝지가 않다. 재벌그룹들의 신규채용규모는 사상 최악이었던 92년보다는 약간 많다고 하지만 지난 해와 비슷할 전망이다. 이번 취업시즌에 일자리를 구하려는 대졸 이상의 고학력자는 줄잡아 35만명에 달한다. 졸업예정자 21만명과 취업재수·삼수자 14만5천여명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는 50대그룹등 대기업들의 채용규모는 작년 수준인 2만6천여명이라니 평균경쟁률로 따져 봐도 14대1이나 된다. 올해 대기업들의 채용시기가 작년보다 2개월 정도 늦춰져 12월이나 내년 1월 채용시험을 치기로 돼 있어 취업열기가 아직은 달아 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 신입사원을 모집하는 신문과 방송사에 원서를 내는 취업희망자들이 대거 몰리는 것만 봐도 취업의 좁은 문은 실감케 된다. 실질경제성장률이 8%는 돼야 연간 40만명의 신규노동인력을 흡수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몇해동안 5∼6%에 머물렀다. 경제성장률이 올해는 7%를 상회한다고 하지만 신규취업인구를 다 흡수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한해 쏟아져 나오는 26만명에 달하는 실업고졸업자, 17만명이나 되는 전문대졸업자, 그리고 21만명이 넘는 4년제대학졸업자를 합치면 64만명이 넘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이 채용규모를 늘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개미군단같은 중소기업이 탄탄해져 기능인력을 많이 흡수해줘야 한다. 중소기업진흥의 시급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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