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태재단측선 “정치적 색채없어”/지방자치제 강연/박 전대통령 추도/러시아·중국방문 『김대중아태재단이사장의 흉중에는 무슨 그림이 들어 있는가』
김이사장이 움직일 때마다 정치권은 이같은 물음을 던진다. 김이사장은 「장외」에 서있지만,「장내」에 미치는 힘이 심대한 현실에서 정치권은 그로부터 시선을 거두기 어려운 것이다.
최근 김이사장을 향하는 정치권의 신경은 더욱 민감해지고 있다. 그의 말과 행동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지자제에 대한 견해를 피력하고 정적이었던 박정희전대통령을 감싸안는듯하며 러시아·중국을 순방하는 움직임들이 정치권의 촉각을 곤두서게 하고 있다.
이중에서도 5일 프레스센터에서 있은 김이사장의 지방자치강연은 특별한 관심을 끌고 있다. 그동안 그는 정치적 테마를 외면하고 오직 통일문제만을 언급해왔다. 통일연구는 「정치인 김대중」의 흔적을 희석시키면서 「민족주의자 김대중」 「시민 김대중」의 이미지를 형성시키는 통로였다. 그런 그가 광의의 정치주제인 지자제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었다면, 정치권에서는 「왜」라는 의문을 당연히 제기할 수밖에 없다.
아태재단측은『지자제를 학문적이고 원론적으로 분석하자는 취지일 뿐이다.강연 어디에도 정치적 색채가 없지 않느냐』고 해명한다. 김이사장도 강연에서『주최측인 한양대 지방자치연구소와 프리드리히 나우만재단(독일)의 간곡한 요청과 남다른 관계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이사장은 또 『지자제 강연은 정치와 무관하다. 정치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가는 이 해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그렇다고 딱 부러지게 지자제강연을 김이사장의 정치개입으로 단정하지는 못한다. 정치원로가 통일이나 지자제를 논하면서 충고를 하는 것이 결코 잘못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미묘한 흐름을 유발하는 또다른 사안은 김이사장이 박전대통령의 추도위 고문직을 수락했다는 사실이다. 김이사장과 박전대통령은 현대정치사에서 화해하기 어려운 사이로 통해왔다. 그러나 김이사장은 추도위 고문직을 맡고 오는26일 국립묘지의 「박대통령15주기 추도식」에 참석하지는 않으나 조의를 표명키로 했다. 통념의 벽을 넘어선 것이다. 「보수와의 화해」 「제2의 뉴DJ플랜」등 여러 말이 나오는 것은 당연했다.
김이사장측은 『박전대통령은 공과를 떠나 한국 현대사에 실존하고 있다. 죄는 미워하더라도 사람은 미워해서는 안된다는게 김이사장의 철학이다』고 말한다.「큰 정치」라는 이미지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김이사장이 뭔가를 그리고있다』는 경계의 시각도 촉발시키는 대목이다.
김이사장은 또 오는16일 모스크바대 초청으로 러시아를 방문한다. 11월초에는 인민외교학회 초청으로 중국에 간다. 활발한 행보라는 평이 결코 과장되지않은 것이다. 정가의 시선이 또다시 김이사장이 설정한 지향점이 과연 어디인가에 쏠릴것 같다.【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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