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기강 어쩌다 이지경까지…/고참사병 “소대장에 대들라”/“반말하고 경례도 말것” 사주 건군이래 처음인 장교 무장탈영사건의 발단이 된 사병들의 이른바 「장교 길들이기」의 진상은 군의 기강이 어이없는 수준에 있음을 노출, 탈영사건자체보다 한층 큰 충격과 우려를 낳고 있다.
○…군수사당국의 조사결과 탈영장교들이 소속된 육군 53사단 4대대 해안경비 단위부대의 기강은 상상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완전히 무너진 상태였다.
사병 1명이 장교와 다투다 폭력을 행사하는 불상사는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으나 구속된 신모병장(22)등 사병 4명은 직속상관인 이모소위(24)를 부대안에서 집단 구타하는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한층 놀라운 것은 신병장등 고참 사병들이 평소 초임 소위인 소대장들에게 반말을 하도록 하급자들을 사주한 점이다.
군 관계자들은 이 부대의 기강문란은 소대및 분대단위로 해안초소에 배치돼 상급부대와 격리된 부대의 특수한 상황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해안경비소대들은 평소 근무조를 나눠 교대근무하는 체제로 운영돼 부대통솔이 어려운데 비해 지휘관은 초임 소위들이어서 부대원을 장악하기가 힘들다.
고참사병들은 대규모 부대와 달리 소위 1명과 분대장급 하사관외에는 상급자가 없어 하급자들을 멋대로 부리기가 일쑤라는 것이다. 이들이 다른 부대 장교도 아닌 직속 소대장에게 반말을 하도록 하급자들에게 공공연히 지시한 웃지 못할 행태를 일삼은 것도 경험이 없는 소대장을 깔본 탓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다른 통제가 없었기 때문으로 지적된다.
○…사건이 발생한 문제의 육군 53사단 4대대 14중대에서 최근 방위병 근무를 마치고 전역한 이들은 『사병들의 군기가 극도로 문란했었다』고 한결같이 증언했다.
사병들이 소대장 이모소위(23)를 집단 구타한 14중대 1소대에 근무하다 전역한 한 예비역 사병(21)은 『고참사병들은 새로 부임한 소대장에게 경례조차 하지 못하게 교육시키는등 소대장을 철저히 고립시켜 결국 소대장도 고참사병의 뜻에 따라 소대를 운영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부대근처 바닷가 횟집주인 김모씨(45)는 『야간 근무를 서는 군인들이 수시로 술과 회를 시켜 먹었으며 포구에 어선이 들어오면 군인들이 생선을 얻어가기도 했다』고 밝혔다.【신재민기자】
◎상관 집단폭행 주동 무기 또는 5년이상 징역
○…상관에 대한 집단폭행은 적전이 아닌 평시에도 주도한 수괴는 무기 또는 5년이상의 징역, 다른 가담자는 10년 이하 징역에 처하게 돼 있는 중죄다. 그런데도 상급 지휘관들은 집단폭행에 가담한 사병들을 중대 영창에 넣는 가벼운 처벌에 그쳤다. 사건을 군형법에 따라 정식처리할 경우 자신들에게도 문책이 따를 것을 우려한 무사안일한 조치였던 것이다. 군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장교가 집단구타 당하는 사태에 미온적으로 대처한 것은 지휘관의 책임을 유기한 것은 물론이고 같은 장교로서의 자존심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라고 개탄했다.
○…소대장에게 면전에서 반말을 하는등 상관면전모욕죄를 저지른 사병들은 군형법에 따라 3년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육군중사가 소위에게 반말을 한 것은 상관모욕죄에 해당한다』는 판례도 있다.
직무유기혐의로 구속된 대대장1명과 중대장 2명등 상급지휘관 3명은 3년이하징역이나 금고형을 받게 된다.
한편 무장탈영을 한 장교 2명과 하사관은 군무이탈죄가 적용돼 3년이하 징역형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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