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목별로 탈세계산 압권/박태영/교육백서 무려 4백67쪽/김원웅/김형오 「고속철」·한화갑 「신공항」 문제점 “조목조목” 올 국정감사에서는 전문가 뺨치는 수준의 지식을 과시하며 논문이나 다름없는 자료를 제시, 피감기관을 주눅들게 하는 실력파 국회의원들이 두각을 보이고 있다. 감사를 받는 부처나 기관에서도 고함치는 의원보다는 이들 「전문가의원」의 조용한 한마디를 훨씬 어려워한다.
재무위의 경우 김원길 박태영의원(민주)의 자료는 연구논문을 방불케 한다. 박의원은 재무부 감사에서 82쪽,한국은행 감사에서 31쪽의 질의서를 냈다. 이중 압권은 탈세액추정부분이었다. 그동안 탈세액추정은 지하경제규모에 조세부담률을 곱하는 주먹구구식이었는데 박의원은 세목별로 계산, 지난해 탈세액을 총세수 50조2천억원의 14%에 달하는 7조4백60억원으로 추정했다.
김원길의원(민주)은 「경제정책에 대한 전문가 여론조사」와 「산업합리화정책 자료집」등을 만들었다. 현대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는 경제기획원 재무부 상공부 언론 학계 재계의 전문가 2백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으로 관계자들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71쪽의 자료집은 부실기업정리현황, 부실규모, 금융지원내력, 사후관리등을 담아 산업합리화의 교과서가 되고있다. 그는 또 거액사채설과 노태우전대통령의 자금내사설등을 터뜨리기도 했다.
박일의원(민주)은 부실여신의 규모를 시중은행 지방은행 금고등 금융기관별로 계산해 금융의 위기정도를 실감나게 전했다. 그는 재무통 중진의원(5선)답게 자료준비부터 질의에 이르기까지 야당의 공세를 선도하고 있다.
내무위에서 장영달의원(민주)은 「지방재정의 현황과 발전방향」이란 자료집을 냈다. 80쪽의 이 자료는 지방재원의 확충방안,지방재정조정제도의 보강, 지방세출의 합리화등 세세한 부분까지 담고 있다. 장의원은 이 자료집에서 『지방재정의 부족보다는 운용·조정의 결함이 더 크다』고 말했다.
국방위에서는 육사교장출신인 장준익의원(민주)의 끈질김이 단연 돋보였다. 그는 공군이 공군참모총장을 태운 UH60헬기의 추락원인을 「조종사의 과실」로 발표한 것을 받아들이지않고 기체결함으로 주장했다. 그는 3개월동안의 준비를 거쳐 2백쪽의 보고서를 만들었고 미국에서 일어난 UH헬기의 유사사건을 담은 비디오테이프도 입수했다. 사고현장을 방문, 목격자 증언을 청취했고 1천쪽이 넘는 항공역학교범도 독파했다는 후문이다.
교육위에서는 김원웅의원(민주)의 교육백서가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나온 4백67쪽의 교육백서는 산업체부설학교, 실업계고교 개선방안,범죄청소년선도대책등 교육의 소외상황을 심도있게 다루고 있다.
교통위에서는 「김고속, 한공항」이라는 비유가 있다. 고속전철은 김형오의원(민자)이, 영종도신공항은 한화갑의원(민주)이 파고든다는 말이다. 부산출신의 김의원은 70여쪽의 고속철도백서를 작성, 예산 안전성 경제성 기술 역세권개발문제 조직 환경등 분야를 조목조목 점검했다. 한의원은 교통부감사에서 신공항의 문제점을 미덴버공항과 비교했다. 신공항과 덴버공항의 설계가 모두 미벡텔사의 작품인데 덴버공항은 완공 2년이 지나도록 수하물시스템의 결함으로 작동못하고 있다는 것이 한의원의 지적이다. 또한 정비고가 활주로의 건너편에 있어 정비를 위해 비행기가 활주로를 가로질러야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건설위는 김옥천의원(민주)이 일산신도시의 군사전략적설계, 제정구의원(민주)이 동아건설의 비자금조성, 하근수의원(민주)이 동아건설의 특혜의혹등을 폭로했다. 여당의원중에는 손학규의원(민자)이 교수출신답게 질의서를 「현황설명―질의요지―대안」등으로 명료하게 구분, 정책감사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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