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뇌사자 장기이식 올해만 10건넘어/기준 애매… 분쟁소지 여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뇌사자 장기이식 올해만 10건넘어/기준 애매… 분쟁소지 여전

입력
1994.10.04 00:00
0 0

◎관련법없고 의협규정따라 판정/제공여부 보호자가결정도 문제/병원선 입원비대가 제공권유설도… “비윤리적” 「뇌사」가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뇌사자 장기 이식수술 사례가 크게 늘어 법적·윤리적 다툼의 소지도 늘고있다.

 특히 대부분의 장기 이식이 뇌사자의 생전 의사와는 관계없이 이뤄져 법률적·의학적 기준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국내의 뇌사자 장기 이식사례는 88년 첫 사례후 50건 가까운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중 20건이 지난해 보고된 것이며, 올해 들어서도 10건을 넘었다.

 교통사고등 사고환자가 대부분인 뇌사자 장기이식의 가장 큰 문제점은 실정법이 뇌사를 인정하지 않아 뇌사 판정의 법률적 근거가 없다는 점. 형법에는 사망시점에 관한 규정이 없으나 심폐기능 정지 즉, 심장사를 사망으로 보는 것이 통설이다. 따라서 뇌사자의 장기를 적출하는 것은 형법상 살인죄가 될 수 있다. 다만 검찰은 『심장사한 사람의 장기이식이 불가능해 뇌사자의 장기를 이용할 수 밖에 없다』는 국내외 의료계의 주장과 현실적 필요성을 인정, 공소권을 행사하지 않고 있다.

 뇌사 판정문제는 대한의학협회가 지난해 3월 뇌사 판정기준등을 규정한 「뇌사에 관한 선언」에 맡겨져 있다. 이 선언은 전문의 2명과 담당 의사가 환자의 ▲자발호흡 여부 ▲각막반사 여부 ▲동공의 확대고정 여부등의 기준에 따라 뇌사 판정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의학협회의 임의적인 선언에 불과해 법률적 효력을 갖지 못한다.

 두번째 문제점은 평소 「장기 기증」의사를 등록하는 관행이 일반화된 외국과 달리 생전에 아무런 의사를 밝히지 않은 환자 대신 보호자들의 동의로 장기이식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아무리 죽은 사람이지만 보호자가 시체의 「훼손」을 결정할 권리가 있느냐』는 윤리적 문제가 있는 것이다. 특히 교통사고등으로 수백만∼수천만원의 치료비 부담을 안고 있는 환자 가족들에게 이식용 장기가 필요한 측에서 금품이나 치료비 면제등의 반대급부를 대가로 장기 제공을 적극 권유하는 사례가 있는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 문제점은 이식환자 결정권이 병원측에 맡겨져 우선순위 선정에 공정성이 결여될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의료계에서는 『뇌사는 생존 가능성이 있는 「식물인간」과는 달리 소생 가능성이 전혀 없는 상태이며, 뇌사자의 장기를 적극적으로 이식해 다른 생명을 구하는 것이 선진의학의 추세』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고려대 심재우교수(형법학)는 『심장이 살아있는 생명을 본인 의지와 관계없이 단절시키는 뇌사개념은 생명의 존엄성을 해치는 것』이라며 『특히 뇌사 판정이 본인을 위해서라기 보다 장기이식을 위한 것이라면 생명을 목적을 위한 도구로 전락케 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심교수등 전문가들은 『장기 이식으로 다른 생명을 살리기 위해 뇌사 판정이 불가피하다면 뇌사판정위원회같은 기구를 구성, 엄격한 판정을 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강진순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