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부가세면세규정 달리 해석/기존판결 전무… 대법판단 관심 김치 공급업자에 대한 부가가치세법 적용여부를 놓고 같은 법원의 두 재판부가 같은 날 정반대의 판결을 내려 법원가의 화제가 되었다. 이 「김치판결」은 대법원 판례는 물론 하급심 판결조차 나온 적이 없는 「첫 판결」이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세무서측이 지난해 국방부로부터 배추 무 양념류등을 공급받아 김치를 만들어 다시 국방부에 납품한 (주)맛샘과 (주)봉산식품에 각각 9천5백여만원과 3천2백여만의 부가가치세를 부과한 것이었다.
세무서측은 두 업체가 부가가치세 부과대상인 「김치가공 용역」을 제공한 것이라고 세금을 부과했고, 업체들은 면세대상인 김치를 공급한 것이므로 과세가 부당하다고 부가가치세 부과처분취소소송을 냈다.
지난달 29일 맛샘측 사건을 맡은 서울고법 특별12부(재판장 신명균부장판사)는 『세무서측의 과세는 정당하다』고 원고패소판결했다. 그러나 같은날 특별7부(재판장 임대화부장판사)는 『봉산식품에 대한 과세는 잘못』이라며 원고승소판결했다.
이같이 상반된 판결이 나온 까닭은 부가가치세법상 면세대상을 규정한 법조항을 서로 달리 해석했기 때문이다. 이 법 12조1항은 미가공 식료품, 수돗물, 의료보건 용역, 변호사 세무사등이 업무상 제공하는 용역등 18개항목을 부가가치세법상 면세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시행규칙 10조는 김치 젓갈류 두부 된장 고추장등 단순가공식료품도 미가공식료품에 포함시켰다.
원고패소판결을 내린 특별12부는 판결문에서 『원재료를 공급받아 김치를 만들어 준 것은 명백히 「용역」의 공급에 해당된다』며 『부가가치세법 12조1항은 용역의 공급을 면세하는 경우를 「…용역」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미가공식료품」에는 용역 규정이 없으므로 김치가공이란 용역을 제공한 것은 과세대상』이라고 밝혔다.
이에 반해 특별7부는 『미가공식품에 부가가치세를 면세하는 이유는 생필품을 싸게 공급해 국민의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하고 물가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며 『입법취지등에 비추어 김치에 관한 용역의 공급도 면세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면세되는 재화인 김치의 공급에는 배추 무등을 김치로 가공하는 용역이 필수적이므로 김치가공 용역의 공급도 김치의 공급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동일한 사건을 판결할 때 담당재판부끼리 서로 의논을 하는 것이 상례이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두 재판부가 같은 사건을 맡고 있는 것을 전혀 몰랐다는 후문이다.
한편 두 사건을 함께 맡고 있는 이재걸변호사는 『패소판결을 내린 맛샘사건을 대법원에 상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결국 이번 김치재판은 「법령해석의 통일」이라는 임무를 맡고 있는 대법원에서 최종판단이 내려질 전망이다.【이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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