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준비-선시행」 방법론 구체제시/“시장경제원리 부정” 미국선 반대 현재 매일 매일 시장시세에 따라 자유롭게 변동되고 있는 세계의 주요통화간 환율을 일정한 변동폭 범위안에서 묶자(준고정환율제)는 논의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고 있는 브레튼우즈 50주년 기념세미나에서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종전과는 달리 실질적인 도입방법론이 제시된것이다. 자유변동환율제를 준고정환율제로 복귀시키자는 논의는 지난 7월 미국의 민간기구인 브레튼우즈위원회(BWC)가 문제를 제기한 후 이번 국제통화기금(IMF) 기념행사에서 중요한 이슈로 등장, 2단계 공론화과정에 접어들고 있다. 우선 여건을 조성한뒤 준고정환율제를 시행하자는 「선준비론」과 당장 준고정환율제를 시행하면 다른 여건들도 그에 맞춰 조정될 것이라는 「선시행론」이 강하게 대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번 총회의 최대 관심사가 되고 있다.
IMF총회 및 기념행사중 29∼30일 이틀간 열린 세미나에서 프레드 버그스텐미국제경제연구소(IIE)소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조속히 중심환율을 정해 상하 10%범위안에서 환율이 제한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목표환율대를 시행하자』고 주장했다. BWC는 지난 7월 준고정환율제도입을 주장하면서 「환율변동대」라는 말을 사용했다. 환율변동대는 고정된 중심환율을 정하고 그 중심환율의 상하 일정범위 안에서만 환율이 변동되도록 허용하자는 것이다. 버그스텐소장의 「목표환율대」도 같은 말이다. 그는 최근의 주요 국가간 환율이 장기적으로 균형상태에 가깝다고 볼 수 있으므로 지금이 바로 적기라고 밝히고 『기회를 놓치지 말자』고 강조했다. 상하변동폭을 10%로 정해 즉각 시행하자는 구체적인 방법론은 처음 제기됐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적합한 중심환율은 최근의 시장환율인 달러당 1백엔, 달러당 1·5마르크등이 된다. 버그스텐소장은 「주요국가간에 물가 금리등 경제정책을 조정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춘 후 목표환율대로 이행하자」는 BWC의 주장은 틀렸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선준비론으로는 이제도의 도입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우선적으로 목표환율대로 이행한 후 각 국가간의 정책조정이 가능해진다고 선시행론을 강력히 주장했다. 그는 또 『과거 브레튼우즈 50년의 경험은 완전히 순수한 고정환율제나 자유변동환율제가 모두 실패했음을 말해준다』고 전제, 85년의 플라자합의이후 주요 국가들간에 환율의 변동폭을 내부 조정하고 있으므로 이미 「묵시적 목표환율대」가 시행되고 있는 셈이라고 밝혔다. 이를 공시적 목표환율대로 바꾸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클라우젠전세계은행총재, 한스 키트마이어독일연방은행총재, 라로지에르유럽부흥개발은행총재등 다른 주제발표자들도 준고정환율제의 도입을 제기했다. 볼커BWC의장은 종전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캉드시IMF총재는 개인적으로 준고정환율제의 도입을 지지하고 있다. 다만 미국의 영향력이 큰 IMF는 공식적으로 공표하지는 않고 있으나 새 제도의 도입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 제도의 최대 취약점은 미국이 세계 각국에 시방개방과 자유화를 주장, 마찰을 빚을 때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운 무기인 「시장경제원리」를 스스로 부정하게 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달러당 1백엔으로 중심환율을 정해 90∼1백10엔에서만 환율이 움직이도록 합의한다 해도 실제 통화가치가 달러당 80엔이나 1백30엔이 되면 민간은 실제가치대로 거래, 이중가격이 형성될 수 있다.【마드리드=홍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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