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재산등록제도는 깨끗한 공직풍토를 조성하기 위한 필수적인 장치다. 정부가 현재 6급까지로 되어 있는 재산등록범위를 내년부터는 국세 관세 법무 지방세공무원등 9급까지로, 또 96년부터는 건축등 5개 대민취약분야와 순경까지 확대키로 한 것은 하위직 공무원들의 부정과 비리를 차단, 근절하려는 고육지책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재산등록의 효과를 얼마나 낼 수 있는가에 있다. 재산등록 자체도 중요한 일이지만 핵심은 얼마나 엄정하게 실사를 하여 진위를 가려낼 수 있는가에 있는 것이다.
이같은 범위확대로 재산등록대상은 현재 3만5천여명에서 내년에는 9만4천여명, 96년에는 19만2천여명으로 전 공무원의 20%나 되는 것이다. 물론 이같은 확대는 인천북구청의 세금횡령사건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하위직 공무원들에게는 매우 충격적인 조치임에 틀림없다. 하위직들로서는 국민들의 「의혹」의 대상이 되어 사기가 크게 저하되고 복지불동과 무사안일이 더욱 심화될 뿐더러 일부 퇴직소동의 가능성도 없지 않을 것이다.
사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선진국에 비해 손색이 없다. 해당공직자는 성실하게 재산을 등록, 공개하고 행정 입법 사법등 3부의 윤리위는 이를 실사, 허위가 드러났을 때는 해임 및 파면을 건의하고 내용을 일간지에 공개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등록한 6급 이상 1만여명은 말할 것도 없고 공개대상인 1급 이상에 대한 실사도 법적 제한과 전산체계의 미비등으로 형식적인 실사로 시종했었다.
현재도 실명제에 대한 대통령긴급명령으로 예금계좌를 수시로 열람할 수 없고 등록재산의 실사를 담당할 전문인력이 확보되지 않았으며 행정감사체계가 일원화되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형편에 윤리법시행령만 고쳐 내년 1월1일부터 하위직 6만여명을 등록대상으로 늘리려는 것은 자못 성급한 조치라 하겠다.
깨끗한 공직풍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공직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장차 모든 공무원의 재산등록을 실시해야겠지만, 그에 앞서 금융과 토지에 관한 전산체계완비, 그리고 등록재산을 언제라도 담당자가 열람·조사할 수 있도록 관계법의 정비등을 서둘러야 한다. 또한 효과적인 실사를 위해서는 감사체계를 정비, 모든 행정기관의 감사실을 감사원 산하로 하여 평상시에 꾸준히 실사를 담당케 해야 한다.
아울러 이번 하위직 공무원에 대한 재산등록은 정화측면에서는 평가되지만 공무원들의 사기를 위축시킬 여지가 있는 만큼 한 눈 팔지 않고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처우개선도 적극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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