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수」「점진」논쟁보다 어떻게 대비하느냐가 중요/“10년내실현 예상” 압도적… 남북주민 이질감 해소 등 과제 분단의 끝, 한반도의 통일은 과연 가능할까. 그리고 그 시기는 언제쯤일까. 통일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냉전시대의 종언, 김일성의 사망등 한반도 주변상황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이제 통일은 관념이 아니라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현실로서의 통일은 과거 단순한 「우리의 소원」이었을 때와는 다른 접근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먼저 통일은 어떤 모습으로 이뤄져야 할지가 중요한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나 학자들이 제시하는 이상적인 통일의 모양새는 대체로 네가지로 압축된다.
첫째는 「모두가 잘 사는」 통일이다. 남북한 주민의 생활을 통일이전보다 더 나쁘게 만드는 통일은 이뤄져서도 안되고 이는 남북한 모두가 바라지도 않는다는것이다.
다음은 「평화적 방법으로 이뤄지는」 통일이다. 6·25처럼 전쟁을 통해 남북한의 커다란 인적·물적 희생을 비용삼아 이뤄지는 통일은 생각할 수 없다.
셋째로 「민주주의가 확산되는 방향으로 이뤄지는」 통일이다. 이는 통일한국의 체제가 개인의 자유와 인권이 보장되는것이어야함을 말한다. 또한 통일의 과정이 참여적이고 민주적이어야 한다는 뜻도 내포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한민족공동체의 회복, 발전을 지향하는」 통일이어야 한다. 분단으로 초래된 남북간의 문화적, 정신적 이질감을 극복하고 한민족으로서의 공동체의식을 회복하는게 절실하다.
통일을 이처럼 현실적으로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현재 정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흡수통일에 대한 찬반양론은 별로 의미가 없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북한체제의 붕괴에 의한 흡수통일이냐 대화와 협상에 의한 점진적 통일이냐의 문제는 머릿속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것에 불과하다.
현실은 이처럼 2분법적으로 일어나는게 아니다. 북한체제의 붕괴와 남북간의 협상이 동시에 일어날 수 있는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따라서 그의 결론은 『이제 우리에게 중요한것은 통일의 방식이 무엇이냐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에서 벗어나 구체적으로 통일에 어떻게 대비할까를 진지하게 연구해야 한다』는것이다. 김경원사회과학원장도 올해 1월 한국일보의 지상대담에서 『현실에서 당면할 진정한 문제는 북한이 붕괴될 경우 어떻게 될 것인가이다. 그러한 가상적 상황에 대한 도상연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통일을 현실로 인식할 경우 우리가 이에 대비해 해결해야할 과제는 무엇일까.
우선 통일에 대한 남북한 주민들의 심리적 장애를 극복하는게 시급하다. 북한의 경우 「남한에 흡수당하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에 비해 우리측에서는 『경제력이 떨어지는 북한과 합할 경우 우리는 피해만 본다』는 인식이 적지 않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통일교육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통일의지의 계승문제도 심각하다. 지난 해 민족통일연구원이 실시한 국민여론조사결과 「새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정책」 중 통일을 지적한 국민이 5.5%로 전체 6위에 불과했다는게 단적인 예이다. 통일원의 구본태 통일정책실장은 『정서적·감정적으로 통일문제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는 세대는 이제 퇴진하고 있다』며 『이들의 통일의지와 노력을 신세대에게 계승시킬 수 있는 방안이 시급히 모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일이 갑작스럽게 이뤄졌을 경우 현실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여러가지 법적·제도적 문제들에 대한 대비책도 미리미리 세워둬야 한다. 통일한국의 국기 국가 군대 법률 관료체제 화폐 국경 외교등이 대표적인 사안이다.
남북 동질성회복을 위해 통일문화를 정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민족통일연구원의 조민책임연구원은 논문에서 『남북한의 동질성은 문화적 차원에서 발견될 수 있는것』이라며 『이를 위해 남북이 공유할 수 있는 통일문화를 창출해야하며 이에 앞서 우리사회를 안으로 돌아보는 내향적 성찰이 절실히 요망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 통일은 과연 언제나 우리앞에 도래할까.
결론부터 말해 통일의 시기를 정확히 예측하는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너무나 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을 대상으로 한 각종 여론조사는 통일가능성에 대해 매우 낙관적이다. 김일성사망 후인 지난 8월15일 이뤄진 통일원의 여론조사결과는 이를 잘 나타내주고 있다. 전국 1천5백명을 대상으로 전화를 통해 이뤄진 이 조사결과 통일시기를 향후 1년이내 가능하다고 본 견해가 14.1%, 2∼5년이 42.3%, 6∼10년이 29.5%, 11∼20년이 5.7%, 20년이후가 6.3%였다. 즉, 85.9%의 국민이 올해부터 10년이후인 오는 2004년까지는 통일이 이뤄지리라고 보았다.
학자들의 견해도 비슷하다. 지난7월말 한국일보 창간 40주년 특집 설문조사에 응답한 20명의 국내외 저명학자들 중 12명이 10∼20년이내 통일이 가능하다고 관측했다.
결국 통일시기는 김일성사망이후 북한의 체제안정화 여부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이 체제안정을 이뤄 개혁과 변화를 통해 세계사의 흐름에 적응할 경우에는 공존공영방식에 의한 순리적 통일이 가능하리라는 전망이다. 다만 그 시기는 북한의 체제와해에 의한 흡수통일의 경우보다는 늦어질 수 밖에 없다.
반면에 북한체제 붕괴시에는 남북한 양측에 어려운 상황이 도래될 수 있다. 남측이 북한을 떠안게 되는 흡수통일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북측 내부의 긴장이 휴전선으로 파급될 경우 민족 전체에 불행한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통일시기가 다소 앞당겨지는 이점은 있으나 바람직한 통일의 방향과는 어긋나는것이다.【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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