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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화와 배타주의/이종구 국제부장(데스크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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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화와 배타주의/이종구 국제부장(데스크진단)

입력
1994.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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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이 어수선하기 짝이 없다. 사회가 온통 부정과 흉악범이 날뛰는것처럼 비쳐지고 있다. 매일 이상한 사건이 터지고 그것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깜짝깜짝 놀라면서 제 앞가림에 자족하고 별일없기만 바라고 있는듯 하다. 미래를 내다보는 뾰족한 설계나 궁리도 없이 모두가 그저 바로 앞만 쳐다보며 허겁지겁 달려가는 형국이다. 이런 어수선함 때문인지 한때 요란했던 국제화의 구호는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국제화의 열기는 어디로 사라졌을까.○국제화열기 식어

 사실 국제화의 요체는 우리의 마음속에 있다. 열기고 뭐고 할것도 없이 우리의 마음을 조금 열고 사고방식을 바꾸면 저절로 이뤄지는것이다. 국제화는 거창한것도 아니고 대단한 변화를 요구하는것도 아니다. 주변에서 보이는것, 느껴지는것중에서 조금씩 바꾸면 되는것이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폐쇄주의적이고 배타주의적인 사고방식에 젖어있다. 우선 서울의 모습이 꼭 그 전형이다. 서울은 닫혀있는 도시와 같다. 우리끼리만 편하게 살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도시같다. 교통체계는 엉망이고 어디가 어딘지 식별할 제대로된 표지판 하나 없다. 식당인지 빵집인지 관공서인지가 분간이 되지않는다. 어쩌다 영어표지가 있다하더라도 아주 작아 식별이 잘 안된다. 다른나라 사람은 불편하건 말건 우리가 알바가 아니라는 식이다.

 우리는 또한 무조건적으로 외제를 배격한다. 종종 백화점 진열대에 즐비한 외제상품이 범국민적으로 흠씬 두들겨 맞고, 외제차를 타면 세금추적을 당하고, 미국 브랜드 식당이 호화식당이라고 비난받는것을 당연한 것처럼 보고 듣는다.

 물건이 싸고 질 좋으면 그것은 어느나라 제품이든 좋은 상품이다. 국산품애용의 캠페인시대는 이제 지나갔다. 우리의 제품이 미국이나 유럽백화점 진열대에 놓인것을 미국사람이나 유럽사람들이 이상스럽게 보지않는것과 같다. 외제부품을 그대로 들여다 조립해서 국산차로 둔갑한 고급승용차는 괜찮고 그 보다 값이 싼 외제차는 안된다고 하는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미국 브랜드 식당은 호화식당으로 비난의 표적이 되고 일식집이나 중국식당은 괜찮은 것인지 이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다.

○외제 무조건배격

 광풍처럼 몰아치고 있는 과외열기도 따지고보면 일종의 배타주의적 사고방식에서 연원한다고 볼수있다. 과외는 남이야 어떻게 되건말건 내자녀만 좋은 학교에 보내자는 생각에서 시작된것이다. 그러나 결국 자녀를 둔 부모라면 너도 나도 불안해서라도 과외를 안시킬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그 여파로 엄청난 돈이 과외비로 빠져나가고 있다. 과외는 모두가 안해버리면 그 뿐이다. 자녀 과외시키기 위해 공직자부인이 파출부를 하는 나라는 우리를 빼고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

 우리나라 정도면 지구촌에서도 제법 큰 나라에 속한다. 인구가 4천4백만명이고, 대부분이 고학력자이다. 문맹자는 거의 없다. 단기간내에 경제를 성장시켜 국민소득도 그런대로 괜찮다. 올림픽을 훌륭하게 치러낼 정도로 사회가 잘 정제되어 있다. 민주주의도 이뤄냈다. 그래서 우리국가의 품격은 비교적 높다.

○국가품격 안맞아

 같은 신흥공업국인 홍콩 대만 싱가포르와는 비교가 안된다. 그들의 경제가 우리보다 비교우위에 있을지 모르지만 정치는 한참 후진이다. 일당독재 장기집권의 나라가 아니면, 나라라고 볼수도 없을 정도의 작은 도시국가이다. 그런데 유독 국제화의 수준은 한참 우리를 앞서가고 있다.

 국제화를 거스르는 일들은 먼데 있지 않다. 바로 우리 주변에 널려있다. 주변의 작은 일부터 바꿔나가면 국제화는 저절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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