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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이래서야 살아남겠나”(국감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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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이래서야 살아남겠나”(국감초점)

입력
1994.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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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대출 8조… 개방시대 위기/“관치금융 청산” 한목소리 촉구 「산업합리화 업체의 적자누증―부실여신―은행경영악화」라는 악순환의 고리. 이 악순환은 우리금융계의 국제경쟁력 추락을 의미하며『금융시장이 전면개방될 경우 우리금융계의 파국을 초래할 수 있다』는 섬뜩한 시나리오를 연상시켜 주고 있다.

 30일 국회 재무위의 은행감독원 감사에서는 「은행을 살리자」는 절박한 외침이 쏟아져나왔다. 몇년후 외국은행들이 밀려와 우리의「돈」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감사장에 팽배했다. 『우리금융의 경쟁력이 41개국중 39위』라는「세계경쟁력보고서」도 언급됐고(김정수·민자) 『행원1인당 생산성이 미국 일본 싱가포르의 4분의1에 불과하다』는 질타도 있었다(박일·민주).

 의원들은 우선 금융경쟁력약화의 원인분석부터 했다. 부실여신이 제1의 「공적」이라는데는 아무 이론이 없었다.

 이경재 김원길의원(민주)은『산업합리화 44개업체의 부채총액이 19조원인데 반해 당기순익은 1천억원에 그치고 있으며 은행은 이들에 무려 8조6천억원을 쏟아넣고 있다』고 무수익성 여신의 통계를 제시했다. 이들 업체중 상당수는 산업합리화지정을 받은 뒤에 더 부실해지고 있어 8조원의 대출이 은행경영을 압박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원금회수조차 불가능한 부실여신규모에 대해서 박일의원은 시중은행 2조8천억원·상호신용금고 7천8백억원등 5조4천억원으로, 김덕룡 정필근의원(민자)은 3조원정도로 추정했다.

 해외금융부문의 부실도 아울러 지적됐다. 박명근(민자) 박은태의원(민주)은 『시중은행의 해외지점도 2억4천만달러의 부실여신을 안고있다』고 적시했다. 박태영의원(민주)은 『신탁은행LA현지법인은 부실채권으로 미국당국에 의해 영업정지처분까지 받았다』고 구체적인 사례까지 들었다.

 이 대목에서 『왜 은행들은 경쟁력약화를 초래하는 부실여신을 했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김덕룡(민자) 장재식의원(민주)등은 『은행의 방만한 자금운용과 관치금융때문』이라고 단정했다. 박정훈의원(민주)은 『10년동안 여신규정이 30차례나 개정돼 고무줄규정이라는 비유까지 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의원들은 구태의 청산을 외쳤고 은행감독원측은 『새 정부출범후부터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림춘원의원(신민)은 『새 정부출범후에도 거액부실여신이 무려 9천억원에 이르고있다』며 말뿐인 금융쇄신을 따졌다. 이철 최두환의원(민주)등은『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여전히「꺾기」가 강요되고있고 대기업에게는 편중지원이 이루어지고있다』고 주장했다. 유돈우의원(민자)은 이런 현실은 『우리 금융이 공공성을 포기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질타했다. 

 이용성은행감독원장은 『강한 은행을 만든다는 각오아래 부실여신을 조기에 회수하고 새로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 은행들이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도록 지도하겠다』고 말했다. 또 연1회 부실기업에 대해 경영진단을 실시하고 부실여신의 조기경보체제도 갖추겠다는 답변도 나왔다.은행의 자율경영체제를 강화하겠다는 다짐도 있었다. 의원들은 미심쩍어 하면서도 이원장의 말을 믿어 보려는 분위기였다. 그 믿음이 깨질 경우 초래될 우리금융의 미래상이 너무 끔찍했기 때문인듯했다.【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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