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수석대표 회담서도 절충점 못찾아/미협상단 잔류… 양측 일단 파국피한듯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북미3단계 고위급 2차회담이 결국 아무런 실질적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하고 끝날 것 같다. 29일 상오10시(한국시간 29일 하오6시) 고위보좌관 수명을 대동한 갈루치와 강석주수석대표는 미국대표부에서 4일째 연이은 수석대표회담을 열었다.
사실상 이번 회담의 마지막 협상테이블이 될 것으로 보이는 이날의 회담 결과는 이날 하오(한국시간 30일 새벽) 늦게까지 나오지 않았으나 회담장 주변에는 비관론이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전망일 뿐 누구도 자신있게 말할 수는 없다. 그 이유는 북한의 예측불허성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고위급회담에서도 거의 마지막 순간까지 의중을 숨기고 강경으로 일관하다가 관철의 가능성이 없다는 최종판단이 서자 카드를 내보이거나 타협하는 협상술을 구사했다.
이로 미루어 볼때 양측은 회담을 완전 결렬상태로는 하지 않고 짧은 기간 휴회를 결정, 내주초나 중반에 회담을 계속 이어나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또 다른 모든 현안에서 합의에 실패하더라도 북한측이 9월말이 안전보관시한이라고 주장하는 폐연료봉처리문제에 대해서는 양측은 어떤 식으로든 방안을 내놓을 것이므로 회담 잠정중단이 설득력이 있다.
그럴 경우 갈루치 수석대표만 본국으로 돌아가 미정부와 협의를 갖고 수일내에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결국 29일밤 늦게까지 양측이 아무 합의를 보지 못한다면 3차회담에서 논의를 계속키로 한다는 원칙만 발표하고 헤어질 것으로 보인다.
만약에 회담이 완전결렬된다면 3차회담 날짜를 구체적으로 적시할지, 아니면 뉴욕에서의 외교접촉을 통해 결정할지는 불분명하나 3차회담으로 간다면 약2주정도 후인 10월중순께가 될 것으로 보인다. 10월하순은 너무 늦고 북한의 내부사정으로 너무 빨리 회담을 속개하기는 역시 어려울 것이다.
북한의 강대표는 28일 회담이 끝난후 보도진들에게 『회담이 끝나가면서 일부 심각한 문제가 더 노출돼 상당히 어렵게 진행되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는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고 말해 타결가능성을 완전 배제하지 않았다.
양측이 이번 회담에서 가장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는 부분은 한국형 경수로채택문제와 특별사찰, 폐연료봉처리문제다. 이 세가지는 그 이행과정에서 선후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문제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경수로건설 시작 전에 특별사찰이 이행돼야 한다는 입장인데 반해 북한은 상호신뢰구축 후라는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북한은 경수로를 지원받는데 따라 그들이 취해야 할 조치 가능성에 대해 시간을 벌려고 하면서 미국으로부터는 경수로 보장과 동시에 흑연감속형 원전의 건설동결에 따른 대체에너지 제공과 보상을 되도록 빨리 받기를 원했다. 구체협의에 들어가면서 선후문제가 큰 걸림돌로 등장한 것이다.
이와 함께 경수로의 한국형채택은 북한도 현실적인 대안이 없음을 알면서도 강력히 반발, 마지막 순간까지 카드로 남겨 놓으려 하고 있다. 5㎿원전의 핵연료 재장착도 발전과 기술훈련이라는 이유로 필요하다며 이 원전 가동을 영구히 중단시키려는 미국과 맞서고 있다.
현상황에서 공동합의성명은 일단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풀어야 할 현안들이 선후관계와 전제조건등이 얽혀 부분적인 합의를 도출하려 해도 기술적으로 매우 어려울 것이다. 결국 마지막 순간에 남은 것은 북한의 정치적 의지와 결단인 것 같다. 그러나 북한은 김정일에로의 정권세습이 공식화된 이후에야 결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제네바=한기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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