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캬느 쉬 메르 르누아르 기념관말년의 거장삶·작품 보는듯/앙티브시 피카소 미술관벽화·부조·자기 200점 전시/생 폴드 방스 마그재단 미술관샤갈·미로·칼더 등 작품소장 칸 니스 모나코를 잇는 지중해연안 코트 다쥐르지방은 프랑스의 대표적 관광·유흥지역이다. 물질과 환락으로 곧잘 특징지어지는 이들 지역에 문화적 품격을 불어넣어주는 「허파」역할을 하는 곳들이 있다. 니스 칸등 대도시 주변의 중소배후도시들이다. 이들 도시 곳곳에서 볼 수 있는 크고 작은 미술관들은 고고한 품위와 예술적 향기로 관광·유흥지역을 거쳐 온 여행객들의 몸에 묻은 퇴폐와 관능적 분위기를 씻어주고 있다.
니스에서 자동차로 20여분거리에 있는 캬느 쉬 메르. 고적한 주택가를 지나 르누아르기념관에 들어서면 1천년을 지내왔다는 거대한 올리브나무가 서 있는 널따란 정원이 방문객들을 맞는다. 이 속에 고즈넉이 자리잡은 낡은 2층 건물이 인상파의 거장 르누아르가 노년을 보내다 1919년 생을 마감한 곳이다.
지난 60년에 개관한 기념관의 1층 응접실에 들어서면 르누아르의 대표작중 하나인 「목욕하는 여인」이 걸려 있다. 「캬느에 내려와서야 르누아르는 비로소 조각을 시작했다」는 설명문이 쓰여진 르누아르의 조각품들도 빼놓을 수 없다. 2층은 아틀리에다. 낡고 얕은 침대, 완성되지 않은 그림이 놓여져 있는 이젤, 노년에 류머티즘으로 고생한 르누아르가 사용했던 휠체어들이 마치 르누아르가 작업중 잠시 자리를 비운 것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캬느 쉬 메르에서 칸쪽으로 20분정도를 달리면 앙티브가 나온다. 중세에서 근세에 이르는동안 남불해안지방의 중요한 요새였던 이곳 해안에는 아담한 고성인 그리말디성이 자리잡고 있다. 현 모나코왕가인 그리말디가 소유였던 이 성은 1949년 앙티브시에 의해 피카소미술관으로 명명됐다.
피카소는 1946년 앙티브시로부터 그리말디성을 아틀리에로 제공하겠다는 제의를 받고 이를 흔쾌히 수락했다. 그는 이해 7월부터 11월까지 4개월여동안 성을 사실상의 개인 아틀리에로 이용했다. 이 기간 피카소는 그림, 도자기, 벽화, 부조등 여러 장르를 섭렵하면서 고성에 자신의 예술적 재능을 불어넣어 훌륭한 미술관으로 재탄생시켰다.
창문으로 지중해가 바로 눈앞에 보이는 전시실에는 피카소가 3개월동안 집중적으로 창작해 시에 기증한 2백여점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2층 한 전시실의 하얀 벽에 새겨놓은 벽화와 「풀밭에 누운 누드」 「율리시즈와 인어」등이 관람객들의 발길을 잡는다. 그림마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점자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앙티브에서 니스쪽으로 떨어져 있는 생 폴드 방스에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개인컬렉션중 하나인 「마그재단미술관」이 있다. 프랑스의 거부이자 화상인 마그부부의 개인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는 이 미술관은 소장품의 수준이 프랑스에서도 최고급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이같은 명성은 울창한 숲 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미술관 앞뜰에서부터 확인된다. 칼더 미로등 대가들의 대형조각들이 푸른 잔디위에서 숨쉬고 있다. 이어 미술관본관 입구의 연못에는 미술교과서에서 볼 수 있는 자코메티의 마른 인간상들이 발길을 잡는다.
미술관안에 들어서면 브라크 샤갈 미로 칸딘스키 마티스 켈리등 대표적 현대작가들의 유수한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그림과 조각들뿐만 아니다. 자코메티 미로 브라크등 마그부부와 예술적으로 친분을 지녔던 대가들이 미술관 건립과정에서 연못바닥, 미술관 외벽, 분수등에 자신들의 독특한 작품을 남겨 미술관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키고 있다.【니스=신효섭기자】
◎프랑스의 「한국문화」/소설·영화 대호평… 불정부, 내년 종합한국소개전 준비
지난 6월30일 프랑스의 유력지 리베라시옹의 26면 전면은 한국 차지였다. 소설가 박경리씨의 대하소설「토지」가 프랑스의 유수출판사 벨퐁에서 발간됐다는 소식과 책소개를 담은 클레르 드바류의 해설기사가 주였다.
이날 프랑스 문화부는 한국문학종합소개행사(벨 에트랑제)의 95년개최계획을 최종 확정했다.
프랑스의 문화적 자존심을 지탱해 주고 있는 커다란 기둥중의 하나인 풍피두센터 관계자들은 요즘도 주불한국문화원사람들을 만나면 한국 영화이야기를 빼놓지 않는다. 지난해 10월부터 올 2월까지 이곳에서 열린「한국영화제」의 성공때문이다. 영화제기간 서편제등 한국영화대표작 85편이 퐁피두센터내의 2개 상영관에서 모두 3백20회 상영돼 3만5천여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다른 나라 영화제 관람객 수의 배에 가까운 규모였다.
이 두가지 사례는 바스티유오페라단의 정명훈씨, 피아니스트 백건우씨, 파리오케스트라의 악장 강혜선씨 및 비디오아티스트인 백남준씨와 함께 유럽에서 우리문화가 결코 소홀히 대접받지 않고 있음을 말해준다.
반면 그리 밝지 못한 부분도 있다. 파리시내 이에나광장에 있는 기메박물관은 프랑스 최고의 국립 동양박물관. 동양 각국의 수준급 문화재가 모두 전시돼 있다. 4층건물의 3층에 올라가보면「중국 일본 한국」안내판이 보인다. 그러나 막상 전시장안에 들어가보면 한국전시실을 찾기가 쉽지 않다. 수백평규모인 일본관 한쪽 구석의 20여평정도여서 일본관 또는 중국관의 부속실로 착각할 정도다. 전시품도 60여점에 불과하다. 이를『문화재 유출이 잘 막아진 결과』로 본다면 긍정적인 현상이기는 하다. 하지만 프랑스의 한국전통문화 평가수준을 반영해 주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와 관련, 프랑스와 한국 양국 정부는 최근 이 박물관의 증축공사를 계기로 한국관을 현재보다 3.5배 규모로 확장, 독립시키기로 하고 작업을 한창 진행중이다.
「아직 미흡하지만 그렇기에 개발과 투자의 가능성은 크다」, 이것이 유럽문화의 중심지 프랑스의 한국문화 현주소라고 하겠다.【파리=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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