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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도 「번듯한 내집마련」소망/직원·업무 늘어 옛사옥 비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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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도 「번듯한 내집마련」소망/직원·업무 늘어 옛사옥 비좁아

입력
1994.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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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돈 있어도 각종규제 묶여 애태워/후발은행은 「셋방살이」신세도 많아 은행들이 「집장만」에 고민하고 있다. 직원수가 늘고 새로운 부서가 생겨나고 업무영역도 넓어지고…. 금융환경은 날로 확대 대형화하고 있는데 은행들이 일하고 고객을 맞는 곳은 10∼20년된 낡고 협소한 건물들이다. 주요부서들을 주변에 「셋방살이」시키는 은행, 작은 제집조차 없어 건물을 통째로 임대한 은행이 있는가하면 돈도 땅도 있는데 이런저런 규제에 묶여 애만 태우는 은행도 있다. 「큼직한 내집을 갖고 싶다」는 말은 이제 서민뿐 아니라 은행들의 한결같은 소망이 된 셈이다.

 사옥때문에 가장 고통을 겪는 곳은 상업은행. 한국은행 건너편 상은본점은 신축(65년)당시 박정희대통령이 준공식에 직접 참석했을 만큼 초현대식 국내최고건물임을 자랑했었지만 이젠 본부부서의 절반이상을 인근건물로 내보낼 만큼 협소해졌다. 상은은 현재 회현동 구벨기에영사관자리에 사옥부지를 확보해 놓고도 막대한 부실채권때문에 첫삽을 뜨기가 어려운 처지인데 연내 착공하지 않으면 내년엔 비업무용부동산으로 간주, 막대한 토초세를 물어야한다. 대형금융사고에 시달렸던 상은 관계자들은 『남산 3호터널 개통후 터널정면에 위치한 상은이 「바람」을 맞고 있다. 풍수적으로도 현 사옥에서 빨리 벗어나야한다』고 말하기도 한다(상은은 바람막이용으로 건물간판을 큰 것으로 바꾸고 은행장책상위치도 돌려 놓았다는 후문이다).

 조흥은행도 80년대초 이장사건 영동개발사건등 굵직한 금융사고후 『남산 1호터널 개통으로 한수이남바람을 맞고 있다』며 본점이전론이 제기됐었고 한때 영풍빌딩매입을 추진하기도 했었다. 최근 급속한 대형화로 어차피 「큰집」이 필요하게된 조흥은행은 97년(설립 1백주년)께부터 광교사옥을 증축할 계획이다. 국내최대규모의 국민은행도 민영화를 계기로 후발은행사옥보다도 작은 지금의 명동본점사옥을 이전키로 하고 최근 종로4가 담배인삼공사부지 매입계약을 체결, 2001년께 입주할 예정이다.

 은행사옥으론 최고층인 산업은행(삼일빌딩)은 사실상 속빈강정. 당초 서울의 최고요충지인 롯데백화점자리에 있던 산업은행은 도심교통유발을 이유로 「쫓겨나」 삼일빌딩(당시 삼미소유)으로 입주했었는데 지금은 주차장도 없는 낡은 건물이 됐고 여의도 사옥부지조차 시개발계획에 묶여 직원들은 『깨끗하고 넓은 내집마련의 꿈이 깨지려나』라며 안타까워 하고있다.

 후발은행들은 그나마 증축할 건물도 이전할 땅도 없는 상태. 한미은행은 11년째 공평동에서 셋방살이를 하고있고 은행중 처음으로 강남(테헤란로)시대를 열었던 평화은행도 5년후엔 내집이건 셋집이건 강북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동화은행도 내자동 현대전자빌딩을 임대해 쓰고있고 하나은행은 을지로 두산빌딩을 두산 범양 미륭산업등과 공동소유하고 있다. 한 후발은행관계자는 『신축이건 매입이건 내집마련이 가장 시급하다』면서 『사옥 색깔이 짙을수록 영업이 잘된다는게 요즘 금융계의 통설』이라고 귀띔했다. 그만큼 사옥이 영업에 중대한 영향을 줄수 있다는 의미다. 국제화 대형화를 겨냥해서 강력한 금융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국내은행들이 번듯한 제 집 하나 없다는 것은 한심한 일이라고 금융계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들의 널찍한 내집마련은 말처럼 쉽지 않을 것 같다. 「한국의 월가」인 명동 을지로일대는 땅값도 비싼데다 최소 25층이상의 은행본점이 들어설 마땅한 부지나 대형건물이 없기 때문이다. 또 감독당국은 막대한 자금소요로 경영부실위험이 있는 본점신증축에 대해 고까운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이렇게 보면 일찌감치 크고 넓은 건물을 마련했던 제일 한일 외환 신한 주택 중소기업은행등은 금융산업의 대형화와 다각화, 종합금융그룹시대에 선견지명을 갖고 대처했던 셈이다.【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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