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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의 용기를 찾자(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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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의 용기를 찾자(사설)

입력
1994.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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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는 성격파탄과 성도착의 택시운전사가 6명의 여성을 연쇄납치해 2명을 무참히 살해하는 범행마저 저질렀다. 어쩐지 세상이 크게 잘못되어만 가고 있다는 탄식과 절망감을 누구나 버릴 수가 없다. 이달 들어서만도 나라를 결딴낼 엄청난 도세에다 전무후무한 지존파의 살인공장범행과 장교들의 무장탈영도 모자라 급기야 온보현의 연쇄납치 살인극마저 빚어진 게 아닌가.

 왜 세상이 이처럼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과 불안감이 우리 사회에 충만해지기에 이른 것일까. 최근 꼬리를 문 예사롭지않은 사건들에서 원인으로 꼽힐 몇가지 징후들이 이미 분명하게 드러난바 있었다.

 첫째가 우리사회가 고도성장의 산업사회를 지향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배태된 것으로 보이는 인성상실및 성격이상자들에 의한 예사롭지 않은 범행의 빈발이다. 그래서 최근의 사태에서 보듯 우리 사회에는 법과 상식을 지키는 정상적 성격의 건전한 시민적 삶은 어쩐지 무시된채 이상·포악·광란의 삶과 행동만 날뛰고 관심도 끌게되는 전도된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전도된 현실이 연쇄납치살인범으로 하여금 지존파를 능가, 이 부문에서 세계 제일이 되겠다는 엉뚱한 살인일기마저 쓰게한게 아니던가.

 두번째 조짐은 그런 비정상적 범인들이 아무 가책없이 광란의 원인을 하나같이 세상탓으로만 돌리고 있는 엉뚱한 현실이다. 온의 경우 역시 지존파와 다를게 없어 부모탓과 세상탓이었다. 이 세상의 어느 부모가 남의 귀중한 생목숨을 그처럼 마음대로 끊으라고 가르쳤을 것인가. 그런데도 스스로의 잘못을 뉘우치기는 커녕 핑계만 앞세웠고, 그런 핑계 앞에 이 사회도 제 중심을 잃고 함께 놀아나는 해프닝마저 벌어지고 있는데야 할말이 없어진다.

 그래서 그런지 이상성격의 흉악범들이 잡힌 뒤에도 마치 무슨 큰 일을 해낸 영웅마냥 큰 소리만 치고있어 모방범죄의 빈발마저 오히려 걱정스러워지는 한심스런 현실인 것이다.

 끝으로 앞에 언급한것 같은 무서운 조짐과 경고에도 우리 시민사회나 국가조직이 적절한 대응에 무심하고 무능했을 뿐 아니라 번번이 실기를 거듭해 사태를 키워온 감마저 있다는 점도 아울러 꼽혀야 겠다.

 이번 사건에서도 역시 우리사회는 이상 성격및 소외자들의 교육과 계도에 마냥 소홀함을 보였을 뿐아니라 단속에서마저 엄청난 허점을 동시에 노출시켰던 것이다.

 구체적으로 범인 온의 첫 납치범행을 안 김제경찰서가 곧바로 전국적 공조및 공개수사체제를 발동시켰더라면 그후 발생한 5건의 납치와 2건의 살인은 능히 막을 수 있었음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범행행각 중 검문 한번 당하지 않았다는 범인의 비웃음 앞에 경찰당국은 과연 무슨 할말이 있을 것인가.

 당국의 일대 인책·각성및 구체적 대책마련과 함께 온갖 불의와 핑계를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시민사회의 용기있는 각오도 아울러 절실해지고 있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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