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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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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4.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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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암등으로 죽음을 선고받으면 처음엔 그럴 리 없다고 이를 부인하다가 다음엔 왜 자기가 죽어야 하느냐며 화를 내고 신을 저주하기도 한다. 주위사람에게 신경질을 부리는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체념을 해 자기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신과 타협하는 자세를 보인다. 그런 후 마지막엔 신을 의지해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려 한다. ◆이 때문에 서양사람들은 죽음이 가까워지면 종교에 의지하는 사람이 50% 이상 된다는 통계가 나와있다. 신이 자기를 용서해 받아들이고 죽음의 길에 동반자가 되어준다는 생각이 죽음을 편안하게 맞게 해주는 것 같다. ◆이같은 종교에 대한 의지도 나라에 따라 많은 차이가 난다. 일본의 경우 뜻밖에도 50%가 종교보다 재산을 의지한다고 들었다. 종교는 가족 친구의 비율에도 미치지 못했다. 4%만이 종교에 의지하겠다는 응답을 했다. 지진 태풍등 자연재해가 빈번하기 때문에 재산만이 도움이 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정확한 통계는 찾을 수 없으나 점차 종교에 의지하는 사람이 우리 주위에 늘어나고 있다. 그래도 아직은 가족이나 친척들의 사랑에 매달리는 사람이 더 많은 듯하다. 대가족제도의 영향이 남아서 일 것이다. ◆전 국민을 전율케 한 지존파의 짐승만도 못한 만행에 생을 강탈당한 소윤오씨의 「딸들과 아내만은 살려달라」는 처절한 호소는 우리의 가족간의 사랑을 엿보게 한 마음 아픈 예다. 그는 어떠한 것에도 의지할 수 없는 절박한 상황에서 딸들과 부인에 대한 사랑으로 죽음의 공포와 대결했다. 우리의 미덕인 가족간의 유대가 점점 엷어지는 상황에서 상상을 초월한 그의 아버지이자 남편으로서의 사랑 앞엔 고개가 숙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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