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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제일 살인마 되리라”/택시범죄 온의 섬뜩한 「살인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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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제일 살인마 되리라”/택시범죄 온의 섬뜩한 「살인일지」

입력
1994.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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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인원 38명서 50명 변경/현장숨어 경찰조사 지켜본후 빠져나와 부녀자 납치살해범 온보현은 6건의 범행 과정과 심경을 일지식으로 낱낱이 기록하는 괴기한 범죄행태를 보였다. 온은 지난 23일과 27일 두차례 나눠 쓴 이 「살인 일지」를 스스로 「범행 일지」라고 지칭하며 『훗날 수사당국에 공개할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특히 지존파사건이 알려진 뒤 『나의 목적을 달성해 이 부분 세계 제일이 되리라. 살해 목표 38명. 철저히 나 자신을 파괴해 살인마로 변신하겠다』며 경찰을「바보 녀석들」이라고 비웃는 도착된 범죄심리를 노출했다.

 다음은 24쪽 분량의 범행일지를 요약한 것이다.

 ▲8월5일∼15일 서울 도봉구 수유동에서 서울1바 1287호 스텔라택시 훔침.

 ▲8월28일∼9월4일 서울 강동구 암사동 네거리에서 20대 초반 여자를 태워 흉기로 위협, 이천부근까지 가 산속으로 끌고 가려다 도망치는 바람에 실패.

 ▲9월1일∼4일 서울 송파구 잠실병원부근에서 권모씨(43·여)를 태워 흉기로 위협, 구리―안산 고속도로 입구부근에서 성폭행. 고향 김제군 금구면 영천마을 산속으로 데려가 얼굴과 온몸을 묶어 놓고 택시로 와 소지품을 살펴본 뒤 다시 가보니 도망갔음. 목걸이 금팔찌등 1천7백50만원의 금품중 현금 65만원과 1백만원권 수표 2장등 2백75만원만 갖고 나머지는 버림.

 현장에 숨어 김제경찰서에서 현장조사를 마치고 택시를 레커차에 싣고 가는 것을 확인한 후 택시를 타고 대전역앞으로 와 여관에서 1박. 다음날 택시로 서울에 도착, 3,4일 놀면서 다음 범행 생각함.

 ▲9월10일 미사리에서 운전연수받다가 광희택시 서울1바 3605호 훔침. 

 ▲9월11일 하오 8시30분 구로구 독산동 입구에서 엄모양(21·호텔종업원)을 택시에 태우고 가다 흉기로 위협, 강원도 횡성부근으로 가 성폭행하고 31만원 빼앗음.

 ▲9월12일 엄양을 산속에 데려가 테이프 등으로 온몸을 묶음. 하오 8시30분 서초구 양재동 네거리에서 허수정양을 태워 엄양을 묶어 놓은 곳에 도착해 보니 없어졌음. 서울로 오던 중 신갈부근 산속으로 허양을 데려감.

 ▲9월13일 상오 5시30분 허양을 테이프로 묶은 뒤 삽으로 머리 다리등 5∼7군데를 내려침. 확인치 못했으나 1백% 죽었을 것임. 반지 시계 외환·조흥은행 현금카드 1장씩 훔침. 강동구 풍납동 신한은행에서 외환카드로 현금 41만원 찾음. 하오 8시 강동구 천호동 네거리에서 22세가량 여자 태워 고덕동 방향으로 가던중 흉기로 위협해 김천에 도착한 뒤 여관에서 성폭행.

 ▲9월14일 상오 5시 고덕동 집앞에 태워다 줌. 하오 9시 송파구 가락동에서 박주윤양을 태워 올림픽 아파트앞 네거리부근에서 내리기 직전 흉기로 위협했으나 반항해 허벅지 배 목등 5군데를 칼로 찔러 죽이고 14만6천원 빼앗음. 내 손가락 3개 부상. 고속도로 구미부근에서 시체 버림. 

 지존파 살인 사건 충격으로 사회가 떠들썩함. 기다려라. 꼭 나의 목적을 달성해 이 부문 세계 제일이 되리라. 목적이 달성되면 자수할 것이다. 아니면 스스로 죽음을 택하리라. 이 글도 세상에 공개하기 위해서 조금도 숨김없이 정확하게 작성하겠다. 앞으로의 행동은 매일 적어 보련다. 살해 목표인원 38명. 현재 2명 살해. 36명 남음.★목표인원 초과될 수 있음. 50명으로 변경될 수 있음.

 ▲9월 25일 지금 나는 왜 이렇게 변하게 됐는가. 무차별적인 범죄행각 강도 강간행각을 벌이고 어찌 이 세상에서 삶을 생각하겠는가. 이대로 범죄행각, 살인마의 행각을 멈추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까. 조용한 죽음을 선택할까. 아직까지도 나의 범죄행각을 전혀 모르는가. 김제경찰서 바보 녀석들. 전국에 수배한다구. 부상으로 행동중단, 답답하다. 앞으로 4∼5일간은 못하겠지. 

 나의 행동이 세상에 공개되면 지존파보다 더 큰 충격을 안겨준 사건이 되겠지. 철저히 나 자신을 파괴해 살인마로 변신하겠다.

 ▲9월27일 「온보현 전국수배」소식을 하오 5시30분∼6시께 TV 방송을 통해 알게 됐다.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자는 결심으로 중부고속도로로 무작정 차를 몰고 가다 마음을 바꾸어 자수를 결심. 죽변 휴게소에서 공중전화로 자수할까 하다가 사람이 많아 서울 방향으로 차를 몰다. 차를 세우고 이 글을 쓴다. 자수하자. 용서받지 못하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지라도…. 마음을 바꾸자. 더 이상 강도 강간 살인의 죄를 짓지 않겠다. 고통이 따르겠지만… 자수하겠다는 마음 변하지 않기를 자신에게 다짐하면서. 서울 용산경찰서로. 저녁 7시55분, 서초경찰서로.【김동국기자】

◎“왜 천사같은 우리선생님을…”/택시살인마 희생 박·허양 주변/“보기드문 신부감이었는데” 친지들 눈물/구사일생 권모씨도 당시 충격으로 입원

 『왜 천사같은 우리 선생님이 죽어야 하나요…』

 택시살인마 온보현에게 무참하게 살해된 박주윤양(24·여)이 교사로 일하던 경기 고양시 탄현동 홀트학교는 28일 정신지체학생들의 오열 때문에 수업을 하지 못했다.

 발음도 제대로 되지 않는 초·중·고 정신지체학생들은 비명에 가까운 소리로 『박선생님』을 부르고 또 불렀다.

 특히 박씨가 담임을 했던 매화반 학생들은 자폐적 행동까지 보여 교사들을 애타게 했다.

 독실한 천주교신자인 박양은 지난 2월 E여대 특수교육과를 나와 이 학교 초등부 저학년교사를 자원, 대소변까지 받아내며 아이들을 보살펴 왔다.

 김홍덕(55) 교장은 『부잣집 맏며느리감같은 인상에 성격이 시원시원하고 쾌활해 어린이들과 잘 어울렸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살아 있을 것이라는 일말의 희망이 이렇게 짓밟히다니…』 박씨와 가까웠던 같은 저학년교사는 『박선생님이 왜 이런 끔찍한 사고를 당해야 하는지 세상이 해도 너무합니다』고 원망했다.

 온의 살인택시에 탔다가 살해된 허수정양(26)의 용산구 동부이촌동 집에 모인 가족과 친지들은 눈물도 마르고 말도 잃었다. 2남1녀중 장녀였던 허양은 서울S여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해 7월초부터 친구 아버지의 소개로 마포구 도화동 S빌딩내 명동로터리클럽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평소 얌전하고 소박한 성격의 허양은 상사들로부터 『예의 바르고 건실해 근래 보기드문 훌륭한 신부감』이라는 칭찬을 받아 왔다. 

 허양은 사건당일 하오5시께 회사 일을 마치고 서초동 D문화센터의 연극교실 첫 수업을 받고 나오다 변을 당했다. 

 대학시절부터 연극활동을 하고 싶어했던 허양은 지난달말 자신이 다니던 집부근 O교회 회보를 통해 이론과 실기를 배울 수 있다는 연극교실의 광고를 보고 마음이 들떠 동료 정모양(26)에게 함께 다니자고 권유하기도 했다. 집이 멀어 다닐 수 없다고 이를 거절했던 정양은 『그날 같이 갔었다면 아마도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아직도 당시의 악몽이 잊혀지지 않아요』

 온에게 납치됐다가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권모씨(43·여)는 한달여가 지났지만 온이 꿈에 나타날 것만 같아 잠을 이루지 못한다. 권씨는 당시의 충격으로 아직 서울 송파구 석촌동 N병원에 입원해 있다.【장학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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