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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기 싫어 자포자기 범행”/살인택시범인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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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기 싫어 자포자기 범행”/살인택시범인 일문일답

입력
1994.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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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수배뒤 얼굴알려져 자수/범행도구 철물점·슈퍼서 구입 범인 온보현은 27일 경찰에서 『세상이 각박해 자포자기 심정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다음은 범인 온과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범행동기는.

 『세상이 나같은 사람이 살기에는 너무 각박해 자살을 하려다 마음을 바꾼 뒤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범행을 저질러 왔다』

 ―최초로 범행을 저지른 시기와 내용은.

 『8월5일부터 15일 사이 도봉구 수유동 국제운수 서울1바 1287호 택시를 훔쳤다. 사람을 납치한 것은 8월28일부터 9월초 사이 어느날 상오 7시10분께였다. 강동구 암사동 4거리에서 여자 1명을 태워 준비한 칼로 위협, 납치했으나 영동고속도로 이천부근에서 여자가 도망치는 바람에 실패하고 주민등록증과 학생증을 빼앗아 곤지암부근 휴지통에 버렸다. 이때 택시 상호와 번호를 삼일운수 서울1바 7237로 변조했다. 최초 범행에 사용한 삽 낫 노끈은 철물점에서, 칼은 슈퍼에서 구입했다』

 ―범행을 언제까지 하려 했나.

 『목표 50명이 채워질 때까지 하려했다』

 ―자수동기는.

 『9월27일 저녁 7시30분 나를 전국에 수배하는 라디오뉴스를 듣고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자살을 하려다 세상에 사건의 전모를 밝히고 죄값을 치르기 위해 자수를 결심했다. 경찰에 자수하기 직전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중부고속도로로 무작정 차를 몰고 나가다 마음을 바꿔 자수를 하게 됐다』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나.

 『국민학교 2학년때 부모님이 먼저 상경해 국민학교를 혼자 졸업하고 72년 상경했다. 서울에서는 차량정비, 운전, 막노동을 했다. 77년부터 자가용운전사, 버스기사를 했고 택시운전은 1년전부터 했다』

 ―전국에 구덩이를 5개나 파뒀다고 하는데.

 『그것은 잘못 전해진 것이다. 지난달 13일 고향인 전북 김제군 궁구면 영천리 야산에 구덩이를 1개 판 적은 있으나 그것은 여자들을 납치 살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가 목숨을 끊기 위해 만든 것이다. 구덩이 안에 있던 도구도 모두 자살용이었다』【정덕상기자】

◎온보현은 누구인가/72년상경 공장·막노동판 등 전전/국교중퇴… 어머니사망후 빗나가

 부녀자 연쇄택시납치사건의 범인 온보현(37·서울 도봉구 수유1동)은 지난57년 전북 김제군 금지면 선암리에서 5남1녀중 둘째로 태어나 금구국교를 5년 중퇴, 아버지(70·서울 성북구 삼선동)등 가족들을 따라 서울로 올라왔다.

 온은 어린 시절 차분한 성격에 어른들의 말도 잘들어 귀여움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온의 숙부(53·김제군)는 27일 『보현이의 어릴적 성격이 차분한 편이었으나 학업성적은 보통이었다』고 기억을 되살렸다.

 이같은 범인의 성격은 1차범행 대상자인 노래방 주인 권모씨(43·서울 강동구 천호1동)를 납치, 김제로 데리고 가면서 『2살때 부모를 잃고 서울 고아원에서 죽 자라다가 중학교때부터 교도소를 앞집 드나들듯 다녔다』며 공포심을 유발하는 위협적인 말만 했을뿐 권씨에게 전혀 폭력을 행사하지 않은 점이 이를 다소 뒷받침하고 있다.

 서울로 올라온 범인은 공장과 막노동판을 전전하며 닥치는대로 일을 했으나 24세때인 81년 그동안 의지해오던 어머니가 사망하면서 차분하던 성격이 삐뚤어지면서 다소 신경질적인 반응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최근 트럭으로 고랭지채소를 실어나르는 사업을 하다가 크게 실패하면서 심한 갈등을 겪어왔다.

 범인은 어머니가 사망한후 고향에 있는 친지및 친구들과 일체 소식을 끊고 지내 정확한 행적이 잘알려지지 않은 상태지만 아버지가 설이나 추석을 맞아 가끔 내려와 가족들의 근황을 약간씩 알려줘 대략 행적이 알려지고 있었다.

 이러한 가운데 범인은 한번도 아버지와 함께 내려온 적이 없다가 느닷없이 지난달 20일께 고향 숙부집에 찾아와 『놀러왔다. 제가 조카 보현입니다』고 소개한뒤 사흘동안 머물며 낫과 삽등을 빌려 1차범행에 필요한 구덩이를 미리 파기위해 마을앞산(속칭 소나무골)을 오르내렸다.숙부 온씨는 보현이가 단지 조상의 묘에 벌초를 하러 앞산에 간다고 말해 전혀 의심하지 않고 오히려 기특하게 생각을 하기도했다고 말했다.【김제=김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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