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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을 감사하는 자세(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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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을 감사하는 자세(사설)

입력
1994.09.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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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10일 개막된 금년도 정기국회는 28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로 본격활동에 들어간다. 제헌국회부터 시행되어 오다가 72년 유신으로 중단되었던 국회 국정감사는 88년에 부활되어 이번이 7번째가 되는 셈이다. 국정감사는 행정부를 견제 감시하는 국회의 중요 기능의 하나다. 새해 예산안 심의를 앞두고 그동안 예산이 차질없이 집행되었는지 새해 예산안은 제대로 짜여졌는지를 현장점검을 통해 확인하는 절차다.

 따라서 앞으로 20일간 3백43개 기관을 상대로 실시될 국정감사는 이러한 본래의 취지에 충실하도록 효율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과거의 예를 보면 본래취지를 떠난 엉뚱한 현상들이 많았다. 개인적인 인기를 얻기위해 저질쇼를 벌이는가 하면 근거도 없는 사실을 들이대며 대단한 부정사건이라도 폭로하는 것처럼 보이려는 의원도 있었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요 며칠사이에 상당수의 의원들이 마치 전야제라도 펼치듯 비리폭로를 계속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국정감사 현장에서도 나타날 것이다. 그중에는 확실한 증거제시로 꼼짝못할 비리사건도 있지만 소리뿐인 허탕도 있는 것 같다. 무책임한 발언은 자신의 정치생명까지 앗아갈 위험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과거에는 또 감사를 받는 기관으로부터 향응이나 금품을 받는 사례도 있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요즘은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변화에 따라 그런 불미스러운 일이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국민들은 아직도 믿을 수 없다는 생각들이다. 최근 드러난 인천지역의 세정비리는 오늘날 공직사회의 부패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더욱 경계를 요한다.

 특히 재벌기업이 그들의 부조리를 은폐하기위해 검은 돈의 마수를 뻗치는 정경유착의 기회로 악용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국정감사현장이 걸핏하면 여야정당간의 싸움판으로 돌변하곤 했던 일도 있었다. 행정부의 각부처와 기관의 비리를 캐는데 여야의 구별이 있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다. 그로 인해 정치싸움까지 벌어진다는 것은 더욱 이상한 일이다.

 그런 사태는 주로 여당의 잘못된 자세에서 빚어지는게 보통이었다. 야당이 비리를 추궁하는데 여당이 정부쪽을 지나치게 두둔하기 때문에 여야간에 충돌이 생긴다는 얘기다.

 흔히들 국회의 상임위활동을 포함하여 국정감사는 야당의 독무대가 되기 일쑤였다. 야당의원들만 추궁하고 여당의원들은 팔짱끼고 침묵만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여당의원들도 침묵을 깨고 야당못지 않게 매서운 눈초리를 번득여야 한다. 그래야만 국회가 국회다워지고 국정감사가 제모습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여당이 정부편만 들고 정부의 잘못을 비호하려고만 한다면 국회기능은 그만큼 약화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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