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SBS와 MBC가 벌인 「버섯다큐멘터리」 경쟁은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과도한 편성경쟁을 벌이면 올바른 평가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우리가 최초로 기획한 것」이라며 주도권 싸움을 해오던 양 방송사는 결국 같은 날 2시간 정도의 시차를 두고 연이어 버섯다큐멘터리를 방송했다. SBS는 본래 10월에, MBC는 11월초에 방송할 예정이었다. 치졸한 편성경쟁이라는 비난 속에 방영된 두 편의 버섯다큐멘터리는 자연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의 묘미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한 작품들이었다. SBS의 「버섯―그 천의 얼굴」 1부 「숲속에 버섯이 있네」는 강화도 지리산 소백산 제주도등의 야생버섯을 카메라에 담았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송이버섯에서부터 학계에 등록되지 않은 희귀종까지 다양한 개체를 소개하면서 버섯의 신비를 이야기했다.
MBC의 「한국의 버섯」 1부 「홀씨가 빚어낸 소우주」는 동충하초(동충하초) 망태버섯등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버섯의 생태를 중심으로 자연의 운용법칙을 풀어나갔다. 두 편 모두 소재가 주는 신비감, 분위기있는 깔끔한 영상등에 힘입어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2부에 대한 기대심리를 부풀려 놓기에 충분했다.
아쉬운 것은 감동의 크기 만큼 평가를 받아야 할 두 작품이 같은 날 방송됐기 때문에 「어느 방송사의 것이 더 잘 됐는가」라는 저급한 상대평가의 기준으로 내몰렸다는 점이다. 막대한 제작비와 시간을 할애한 야심찬 기획이 무리한 경쟁 때문에 크게 빛을 잃는 모습이었다.
유난히 더웠던 올 여름 산비탈에 땀방울을 쏟으며 무거운 장비를 옮겼을 제작진들의 입장에서나 좋은 프로그램을 대하면서도 껄끄러운 마음을 떨칠 수 없었던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나 안타까운 일이다.【권오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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