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씨 “납치” 메모 발각되자 “가족몰사” 협박/“편안하게 죽여주겠다”등 절망감 부추겨/인질 공포감 가학적으로 즐겨 살인집단 지존파일당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면서 이들의 잔혹한 행적이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일당들이 피해자들에게 살해전 가한 육체적·정신적 학대는 무참한 살인행각만큼이나 극렬하고 악랄했다.
지존파는 「1인당 10억원씩 모을 때까지 조직을 이탈할 수 없다」는 과대망상적 목표를 정해놓고 잔혹행각에 일말의 주저도 없었다.
지존파일당에게 살해된 소윤오씨는 지난 15일 범인들이 요구한 몸값 8천만원을 받아주러 광주로 떠나기 앞서 이들에게 맞아 생긴 상처부위에 3×5㎝가량 크기의 휴대용 반창고를 붙이고 그위에 「납치됐음」이라는 메모를 썼다가 출발직전 이들에게 발각됐다. 범인들은 이 사실에 격렬하게 화를 내며 『가족을 몰살시키겠다』고 소씨를 구타, 협박했으며 소씨는 이를 무마키 위해 애걸을 해야만 했다. 이미 보도된 소씨의 「가족만은 살려달라」는 눈물 젖은 각서는 이때 작성된 것이다.
범인들은 감금된 피해자들을 살해하기전 어떠한 반항과 저항도 소용없다는 절망감을 심어주기 위해 양주와 소주등을 강제로 번갈아 먹이며 「당신은 어차피 죽을 운명」 「편안하게 죽여주겠다」는등 심리 적으로 무력감에 빠지게 만들기도 했다.
소씨부인 박미자씨는 피살직전 일당중 강동은의 애인인 이경숙과 통화하도록 강요받았다. 당시 강의 애인 이는 아직 일당들과 합류하기 전으로 술집에 기거하고 있을 때였다.
경찰은 범인들의 이같은 행위가 공포에 질린 박씨의 상태를 즐기기 위한 가학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당들은 애인 이의 실체를 잘 모르는 박씨가 통화중 『납치됐다』는 사실을 이야기하자 곧 통화를 끊게 한 뒤박씨를 심하게 폭행하는등 기분내키는대로 다루었다.
이들은 소씨부인을 살해하기 직전 『칼로 회를 쳐 죽이자』 『도끼로 잘라 죽이자』는등 토론을 벌이기도 했으며 살해장면을 제보자 이양(27)에게 강제로 보게 했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은 이양이 탈출한뒤 이양에게 가깝게 대했던 김현양이 특히 괴로워했고 그간 협조적이었던 이양의 행적으로 미루어 신고치 않을 것으로 확신, 도망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범인들이 이양을 믿었던 것은 이양이 그동안 함께 살면서 충분히 세뇌, 동화됐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라며 『그들이 이양에게 했다는 소위 「정신교육」이 사실은 혹독한 정신적 학대행위였다는 사실은 전혀 인식하지 못했던것 같다』고 혀를 찼다. 【장학만·김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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