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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또래 명과암 두「세상」(우리는 소외계층을 잊고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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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또래 명과암 두「세상」(우리는 소외계층을 잊고있다:1)

입력
1994.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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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청망청” 한편엔 “생계허덕”/오렌지족 용돈 한달 수백만원/시골출신공원 월급 45만원/집 송금·적금빼면 쓸돈없어 우리 사회는 지금 살인조직 지존파와 공무원 세무비리의 충격에 휩싸여 있다. 지존파는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집단이지만 우리는 그들의 범죄를 방조했거나 원인을 제공해온 게 아닌가. 그들은 왜 경쟁에서 탈락할 수밖에 없었으며 그들의 재생과 사회복귀를 저해한 요인은 무엇인가. 정직한 다수의 공직자들까지 괴롭게 한 세무비리는 왜 일어나는가. 이 시대의 이도는 무엇인가. 건전사회는 함께 사는 공동체의식 없이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한국일보 연례캠페인 「함께 사는 사회」는 소외계층문제와 공직사회문제를 조명함으로써 우리가 지향해야 할 건전사회의 길을 모색하기로 했다.【편집자주】

 서울 명문사립대생 박모군(20)이 그저 노는데 쓰는 돈은 매달 5백만원선. 선뜻 믿기지 않지만 룸살롱을 자주 가면 1천만원쯤 될 때도 있다. 같은 또래 서울뚝섬의 직조기계 제조업체 공원 김모군(21)이 야근과 잔업을 해가며 받는 돈은 월평균 45만원. 15만원을 떼어 고향집에 송금하고 사글세따위 기본생활비를 제한뒤 남는 5만원이 용돈이다. 박군이 한달 쓰는 돈은 김군과 같은 젊은이 수백명의 용돈인 셈이다.

 비교 자체가 부질없는 이 엄청난 차이를 본인의 능력과 부모 만나기 나름탓으로만 넘겨버릴 수 있을까. 또 시장경제 발전의 밑바탕인 건전한 경쟁의 결과로 간주해버리는 것이 과연 옳은 시각일까.

 박군같은 소위 「오렌지족」이나 「야타족」은 돈있는 집 자녀중에서도 소수에 불과하다. 그러나 사회에 의해 보호되고 격려받아야 할 김군같은 젊은이들이 박군과 같은 일부의 행태로 인해 소외감 좌절감을 갖게 된다면 이들 개인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김군은 『오렌지족을 보노라면 내가 왜 사는지 모르겠다』고 말하고 있다. 같은 공장에 다니던 여성근로자들중 상당수는 유흥가로 흘러 들어갔다.

 아버지가 실속있는 중소업체와 상당한 부동산을 갖고 있는 박군은 강남8학군의 고교를 나왔으나 성적이 나쁘자 고2때부터 스키를 배워 체육특기생으로 대학에 들어갔다. 입학선물로 그랜저 승용차를 받고 비슷한 환경의 친구들과 압구정동으로 진출, 오렌지족 대열에 끼어들었다. 그 이후의 생활은 잘 알려진 오렌지족의 행태 그대로이다. 한 자리에서 2백만∼3백만원을 쓰는 게 보통이지만 부모는 달라는대로 돈을 줄뿐 사용처를 묻는 일이 거의 없다.

 김군은 2년전 고교를 졸업한뒤 논 5마지기에 의지하는 가난한 형편을 돕고 동생 학비를 보태려고 상경했다. 인문계출신인 김군은 기술이 없어 한달 30여만원을 받는 조수생활을 거쳐 얼마전부터 45만원정도를 받고 있다. 공장 근처의 사글세방에서 고향친구와 생활하며 월 7만원짜리 적금도 든다. 카페나 레스토랑에 가보고 싶은 충동도 생기지만 그런 곳의 한끼 식사값은 라면 한 박스값이 훨씬 넘는다. 구멍가게에서 소주를 사다 마시는 것이 고작이다. 친구들이 『야타족을 다 못 죽인 것이 억울하다』는 지존파일당에 은근히 공감할 때 김군은 『그놈들은 인간도 아니다』고 말했지만 마음은 개운치 않았다.

 김군같이 평범한 젊은이들이 잘못된 사회인식과 풍토로 인해 소외계층으로 밀려나도록 방치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 아닌가. 부도덕한 돈벌이와 무분별하고 불건전한 씀씀이, 이런 행태를 당연시하는 비뚤어진 의식이 수많은 김군을 소외지대로 내몰고 있다. 

 그러나 박군은 자신들에 대한 따가운 시선에 불만을 터뜨리며 『지존파같은 문제집단은 사회보장제도가 미비한 탓』이라고 말하고 있다.【특별취재반】

<특별취재반>

임철순(기획취재부장) 이준희(사회부) 이종재(경제부) 송용회(생활과학부) 권혁범(사회부) 김광덕(기획취재부) 김범수기자(기획취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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