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보수파들과 두루접촉… “행보에 큰획”/카터면담 등 싸고 민간외교한계 실감도 방미중인 김대중 아·태재단 이사장은 24일(현지시간) 뉴욕에서 도널드 그레그 및 제임스 릴리전주한대사와의 면담을 끝으로 9박10일간의 일정을 모두 마쳤다. 김이사장은 방미기간중 80여명에 달하는 미국정부, 의회, 학계, 언론계의 전현직인사들을 만났으며 헤리티지재단과 외교협회, 존스홉킨스대학에서 세차례의 연설을 했다.
김이사장은 자신을 수행중인 기자들에게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한 나와같은 사람이 미국에 와서 한반도의 실정을 알리고 이해시키려는 데 대해 미국측 인사들은 한결같이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면서 『나는 이런 활동이 국익에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방미성과를 자평했다. 김이사장의 이같은 행보는 예상된 것이었지만 그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면 전과 다른 몇가지 차이점이 발견된다.
우선 김이사장이 만난 인사들의 면면이다. 그는 이번 방미에서 미국내 민주당계열의 온건·진보주의자 편향에서 벗어나 보수파들과의 접촉을 의도적으로 강화한 인상이 짙다. 김이사장은 대북한 정책과 관련, 미국의 대표적 강경파로 분류되는 공화당의 보브 돌상원원내총무, 스티븐 솔라즈전하원 아·태분과위원장 및 레이건대통령시절 백악관안보담당보좌관을 지낸 리처드 알렌씨와도 만났다. 특히 공화당을 포함한 보수진영의 「두뇌집단」으로 정평이 있는 헤리티지재단에서의 연설은 김이사장의 행보에 한획을 긋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게 재단측의 설명이다.
김이사장은 이를 『한반도문제에 대한 미국내 각 정파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함께 민주당정권이 주도하고 있는 북미관계의 급진전양상이 우리를 소외시켜 자칫 한미관계의 균열을 야기할 수 있다는 시각을 갖고 있는 김이사장은 야당인 공화당과 보수파를 설득, 이를 견제해야겠다는 의도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김이사장은 우리정부와 미국정부에 북한에대한 온건정책인「햇볕정책」을 거듭 촉구했다. 김이사장은 『우리 정부는 북한에 대해 보다 포용적인 자세를 가져야 북한을 개방시킬수 있으며 이것이 곧 한반도 평화정착의 지름길』이라며 『같은 맥락에서 우리도 북미관계정상화를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이사장이 방미일정중 가장 역점을 두었던 카터전미국대통령 면담은 김영삼대통령과 카터의 친서교환 및 김이사장과 카터의 면담이 연달아 이루어져 다양한 해석과 많은 뒷말을 낳기도 했다. 김이사장과 카터의 면담은 우리외교에서 「민간외교」의 「한계」가 과연 어디까지이며 어떻게 정부정책과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을 다시금 던져주었다.【뉴욕=유성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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