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 2천6백만 인구가 대이동을 했던 그 교통전쟁에서 온 국민의 가슴을 한줄기 소나기처럼 시원하게 뚫어준 것은 버스전용차선제 성공이었다.집에앉아 TV로 고속도로를 보는것 만으로도 머리가 아플만큼 극심한 차량정체속에 버스 전용차선으로 버스들이 싱싱 달리는 광경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저런 좋은 방법이 있는데 왜 그동안 시행하지 않았을까 이상할 정도였다. 버스전용차선제의 성공으로 고속버스를 이용했던 귀성객들은 전혀 고생을 하지 않았다. 주말에 2시간30분 정도 걸리던 서울―대전이 이번 추석에는 2시간밖에 안걸렸고,주말에 6시간10분 정도 걸리던 서울―부산도 6시간에 갈수 있었다. 승용차들은 고속버스에 비해 2∼3배의 시간이 걸렸다.
TV·신문을 통해 버스전용차선제 성공이 알려지자 귀성객들은 버스로 몰렸다.해마다 크게 증가해온 철도이용자는 올해 추석연휴에 1·3%증가에 그쳤고, 심야열차 승차권이나 입석승차권을 샀던 사람들이 고속버스로 바꾸는 바람에 17∼19일 승차권 환불이 서울에서만 2만6천매나 됐다. 승용차를 타고 가려던 사람들도 버스로 많이 바꿨다. 자동차 보유대수가 작년 같은 시기보다 19.1%나 증가했는데도 연휴기간 수도권 하행선 통행대수는 작년보다 5.5% 줄었다. 반면에 매년 줄어들던 고속버스 승객은 14%나 늘어났다.93년 추석에는 92년보다 버스승객이 5.9% 감소했었다.
전체적으로 이동인구가 줄었다는 것도 큰 변화다. 교통부는 올해 추석연휴의 이동인구를 2천7백80만명으로 잡았으나, 실제로는 2천6백40만명에 머물렀다. 이 숫자는 93년 추석연휴보다 2.3% 줄어든 것이다. 추석전에 미리 성묘를 하고, 지방의 노부모가 서울의 아들집으로 올라와 차례를 지내는등 극심한 귀성전쟁을 피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버스전용차선제는 교통부·건설부·경찰등의 의견차이로 그동안 논의만 하다가 시행하지 못했다. 버스전용 차선으로 끼어드는 차량들을 어떻게 일일이 단속하겠느냐, 우리나라 도로사정에는 버스전용차선을 만들기 어렵다는 것등이 반대이유였다. 그러나 이번 추석에 거둔 버스전용차선제의 성공은 『교통문제 해결에는 뾰족한 수가 없고, 그저 무책이 상책이다』라고 생각해온 관련 부서에 일대 경종을 울리고 있다.
버스전용차선제는 이제 첫걸음이므로 보완해 나가야 한다. 버스전용도로는 텅 비어있고, 다른 차선들은 정체가 심하여 전혀 차가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워 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봉고등 다인승 차량들은 전용도로를 함께 이용하도록 해야 한다. 도로는 한정돼 있고 차량은 매일 늘어나므로 교통정체는 당연한 것이라는 무책임한 체념에서 벗어나 관련 부서들은 끊임없이 연구를 해야 한다. 올해 추석에 가장 기분좋았던 사람은 버스전용차선제를 밀고나간 사람들일 것이다. <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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