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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4.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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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의 국제분쟁 현장에 지미 카터전미국대통령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아이티로 달려가 군부독재자를 유혈없이 퇴진시키는 공을 세우기도 했다. 카터의 중재성공으로 바지저고리가 되어버린 워런 크리스토퍼 국무장관은 몹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카터는 남북정상회담을 주선하는 데도 앞장서왔다. 김일성의 사망직전 평양을 다녀와 서울에서 뽐낸 일도 있었다. 이제는 북한의 새 지도자인 김정일과의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있는 카터다. 그래서 그는 지금 금년도 노벨평화상의 유력한 수상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평화의 사도」로서 벌이는 카터의 활약과 곁들여 요즘 부쩍 눈에 띄는 한국인이 있다. 바로 김대중씨다. 현재 공직을 갖지 않은 민간인이라는 점에서 신분은 둘다 마찬가지다. 카터는 전직 대통령이고 김씨는 여러번 대통령직에 도전했던 점에서도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또 있다. 카터의 특사외교가 미국무부의 신경을 건드렸듯 김씨의 방미행차는 정부·여당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민자당에서는 노골적으로 불평을 털어 놓았다. 김씨가 공연히 혼선을 일으키고 다닌다는 것이다. 「통일외교를 도와주는 사람에게 무슨 소리냐」고 민주당이 반박한 것은 물론이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카터와 김씨 두 사람이 만났다는 것이다.민간신분이면서도 「평화의 사도」와 「통일의 선구자」로서 정상급 외교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자처하는 사람들끼리 보기드문 접촉을 가진 것이다. 이들의 그런 행각을 보면서 한국이나 미국의 공식외교당국은 무얼하고 있는가 하고 궁금증이 들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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