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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등장 「군부3인방」 시민에 망신/정진석특파원 아이티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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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등장 「군부3인방」 시민에 망신/정진석특파원 아이티 르포

입력
1994.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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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야실세 대주교 본보회견 “아리스티드 복귀 부적절” ○…아이티의 레공데 대주교는 국민들의 정신적인 지도자로 꼽힌다. 그는 현재 라루에 마을의 한 주택에 칩거중이다. 지난 달 6일 유엔의 아이티침공 승인결의안에 대해 반대한다는 짤막한 성명을 낸 뒤 외부세계와 담을 쌓고 은둔중인 레공데 대주교는 그동안 외신기자들의 인터뷰 요청을 적극 고사해왔다.

 레공데 대주교는 23일(현지시간) 본보와의 인터뷰 요청을 서방 유력언론사의 경우를 예로 들며 고사했다. 그러나 그는 마지막 순간에 비서인 페나 베로에트 수녀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레공데 대주교가 비서수녀를 통해 본특파원에게 밝힌 서두는 『아이티는 점령당한 나라로 지도자도 힘도 없다』는 것과 『미군은 철수하고 국제사회의 아이티경제제재는 즉각 해제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아이티의 가장 시급한 현안은 민주화보다도 경제회복과 국민교육을 통한 문맹퇴치라며 길거리에서 국민들이 축출당한 대통령 아리스티드의 복귀를 외치고 있지만 그도 역시 과격한 인물이므로 차기자도자로는 적합지 않다고 했다. 기업가인 로버트 말발이나 지난 대선의 차점자인 마크 바젱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그의 이러한 태도는 아이티의 대다수 지식인층이 미국의 역할은 아이티를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데 그쳐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선동가인 아리스티드의 권력복귀에도 강한 회의를 갖고 있다는 것을 시사해준다.

 ○…미국으로부터 출국압력을 받고 있는 아이티의 실세 3인방인 세드라스장군, 미얌비참모총장, 프랑수아 경찰국장은 23일 상오10시40분께(현지시간) 델마거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흰색 도요타 랜드크루즈 지프 3대에 나눠 탄 세 사람은 별도의 경호인력을 대동하지 않은 채 델마거리를 거쳐 삼디마스청사의 집무실로 향했는데 시종 경직된 표정이었다.

 폭압적인 군부정권 아래서 실력자 세 사람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 보지도 못했던 아이티인들도 이제는 흰색 도요타지프행렬을 향해 「비바 아리스티드」를 외치는등 더 이상 이들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아리스티드에 대한 지지가 높은 포르토프랭스의 대표적인 빈민가 시테 솔레인(태양의 도시)은 아이티가 처한 현 상황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아이티난민들이 군부독재를 피해 거룻배를 타고 탈출했던 이곳은 밤만 되면 폭력과 약탈이 판을 치는 무법천지로 변한다. 그러나 해가 뜨면 나무판자를 얼기설기 엮어 만든 노점판매대와 움막, 걸인이나 다름없는 주민들, 오물 및 쓰레기 더미, 외국인들을 따라다니며 손을 내미는 어린아이들만 이곳을 지킨다.

 인접한 기름시장 부르바드라사린에는 한되들이 플라스틱통에 휘발유를 담아 파는 암상인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이들은 대로변으로 몰려 나와 좌판을 벌여 놓고 1갤런에 무려 13달러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보다 무려 10배 이상이 비싸다. 아이티의 앞날은 시테 솔레인이나 부르바드라사린이 얼마나 변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는지도 모른다.【포르토프랭스=정진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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