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이양신고 받고 핸드폰번호 추적/심야 5시간 달려 현장도착 일망타진 지존파일당 검거가 며칠만 늦었다면 어떤 범행이 일어났을까. 추석 후 강남 모 백화점 고객 1천2백명과 경기 일원의 러브호텔 투숙객들을 공격하려고 기관총까지 구입하려던 지존파의 범행계획이 밝혀져 신고자 이모양(27)과 검거경찰관들의 활약이 새삼 돋보인다.
서울 서초경찰서 형사과에 이양이 찾아온 것은 17일 새벽2시. 고병천 강력4반장은 이양이 탈출할 때 가져온 핸드폰의 번호를 추적, 소유자가 강동은임을 밝혀내고 주소지로 돼 있는 서울 성동구 구의동 동사무소 주민등록표에 있는 사진으로 강을 확인했다.
고반장은 즉시 검거작전을 세웠다. 18일 하오11시 강력반 형사 6명과 이양을 대동, 일당의 아지트가 있는 영광으로 향했다. 19일 새벽4시 현장에 도착, 아지트를 확인했다. 가스총 공기총 다이너마이트까지 갖춘 범인들과 일전을 각오해야 했다.
『깊은 잠에 빠진 지금 덮쳐야 한다. 들어가기 좋은 곳을 찾아봐』 고반장이 지시했다. 형사들이 아지트 주위를 수색하기 10여분, 강동은이 대문을 열고 나와 전남7더1771호 포터를 몰고 출발했다. 예기치 못한 상황이어서 1·5 가량 미행하다 차를 앞뒤로 막고 격투 끝에 붙잡았다. 고반장은 강을 불갑지서로 데려가 『강이 교통사고를 냈으니 여기와서 확인해달라』고 아지트로 전화를 걸어 일당을 유인했다. 강의 애인 이경숙과 김현양 문상록이 승용차를 몰고 달려왔다. 잠복조들이 차량을 미행했다. 범인들도 미행을 눈치채고 핸드폰으로 아지트의 동료들에게 도망가라고 알리고 전속력으로 도주했다. 20여를 달아나던 범인들의 승용차가 고장을 일으켜 쉽게 검거했다.
아지트에서 연락을 받은 공범 2명중 백병옥은 집에서, 강문섭은 창문을 통해 야산으로 달아났으나 뒤쫓은 형사들의 공포탄 4발에 항복했다. 연쇄 흉악범죄를 막는데 소요된 시간은 불과 1시간여 뿐이었다.【염영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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