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게도 「인간거부」마저 선언한 「지존파」살인집단에 대한 전율과 충격이 확산되면서 인심마저 흉흉해지고 있다. 이를 악문채 비웃듯 우리 사회에 저주를 퍼붓고 아무 가책없이 태연히 범행을 재연해 보이는 범인들의 가증스런 모습에서 누구나 모진 세상살이에 대한 환멸과 당혹감을 동시에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인심의 흉흉함에 겹쳐 엄청난 불안감조차 엄습하고 있는 게 사실은 가장 걱정스럽다. 우리 범죄사상 유례가 없는 「살인·소각공장운영」 「인육먹기」 「살인실습」마저 저지른 범인들조차 제 잘못일랑 깡그리 감춘채 모든걸 남의 탓과 사회책임으로 돌리다보면 그 무서운 후유증을 어찌할 것인가에 생각이 미치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않아도 청소년범죄의 다발추세속에서 우발적 충동범죄와 모방범죄가 유달리 많아지고 있는 걱정스런 세태인데, 이번 사건이후 또 얼마나 많은 모방범죄가 충동적으로 생겨날지 두렵기만 하다 하겠다.
이럴때 일수록 우리 사회는 값싼 핑계를 결코 허용않는 단호한 가치관을 하루빨리 갖춰나가야겠음을 강조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그런 도덕적 확신이야말로 결과적으로 증가일로에 있는 모방및 핑계범죄를 막을 뿐아니라 청소년들에 대한 가정적·사회적 책임을 스스로 분명히 하게 되는 지름길임을 모두 인식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따져봐도 우리 젊은이들의 삶의 조건이 그렇게 절망적이지만은 않을뿐더러 기성세대가 걸어온 배고팠던 과거의 가시밭길에 비하면 차라리 호사스럽다고도 하겠다.
일제에 수탈당한 것도 모자라 전쟁으로 마저 황폐된, 산업화되지 못한 이 가난한 땅에서 과거의 젊은이들은 일자리와 먹을것조차 제대로 없었지만 누구를 원망하기에 앞서 열심히 살고자 발버둥쳤었다.
그런데 이번 살인집단의 범인들은 비록 크게 배우진 못했지만 각자가 미장공등의 기능을 갖고 있어 열심히 일만하면 일당 5만∼10만원 벌이는 수월한 편이었다. 그래서 일하고 배우면서 가족을 이끄는 전국의 어린 소년·소녀가장의 어려움에는 오히려 미치지 못할 정도였던 것이다.
그러고보면 「잘되면 제탓, 안되면 조상탓」이라 했던 옛 삶의 지혜가 담긴 경구가 새삼 생각난다. 젊은 세대의 그런 응석과 방종을 무한정 받아주면서 제정신마저 못차리다 보면 엉덩이에 뿔난 「못된 송아지」만 만들어 내는 어리석음에 스스로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사건과 같은 충격에서 벗어나면서 핑계당하지도 않을 수 있는 길은 모두가 잘못을 저지른 외아들을 눈물을 머금고 직접 고발한 부모의 심정으로 돌아가는 것이어야 할 것같다. 너무 사랑하기에 엄하게 고발하고 스스로도 수신제가할 수밖에 없는 그런 이치를 이제라도 모두 깨달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구멍뚫린 허술한 방범대책과 인성교육및 인간존중에 소홀한 교육과 복지대책의 제자리 갖추기는 당국의 몫임도 아울러 거듭 지적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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