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연휴는 뒤숭숭했다. 인천시 세무공무원들의 세금횡령사건에 이어 터진 영광의 살인조직 「지존파」 사건은 온 국민에게 충격을 주었다. 고속도로를 가득 메운 수백만대의 차량이 고향으로 달려가고, 백화점과 시장들이 90년대 최고의 매출을 올리는 한가위 호황 속에서 사람들은 공포를 느꼈다.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저 호황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인천시 북구청에서 일어난 세금횡령사건은 관련공무원들의 정신상태가 무법천지였음을 드러내고 있다. 가짜 영수증을 남발하며 세금을 가로채고, 이를 눈치챈 상사나 동료들에게 뇌물을 돌리고, 각종 개발정보를 빼내 횡령한 돈으로 땅투기를 하고, 비싼 땅을 상사에게 싸게 팔아 뇌물로 바치고, 감사를 나오면 뇌물을 주어 적당히 넘기고, 영수증철을 송두리째 빼돌리고, 그렇게 모은 재산이 수십억원대에 이른다니 어이가 없다.
국민들은 그들의 파렴치한 세금도둑질에 치를 떨면서 이처럼 허술한 행정을 방치한 채 개혁을 외쳐온 정부에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세무직 공무원들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세금을 가로챌 수 있고, 횡령사실을 상당기간 은폐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 윗물 맑기니 아랫물 맑기니 목청을 높였던 정부를 국민은 속았다는 눈으로 보고 있다.
전남 영광군 불갑면에 감방, 시체소각장, 무기진열장등을 갖춘 살인공장을 차려 놓고 사람을 잡아다 돈을 뺏고 죽여온 「지존파」 일당 6명은 「가진 자에 대한 복수」를 범행동기로 내세웠다. 그들은 조금도 뉘우치지 않는 태연한 얼굴로 『강남의 오렌지족과 야타족들을 죽이지 못해 한이다. 우리만 굶주려야 하는 불공평한 사회가 싫어서 부자의 돈을 뺏어 10억원을 모을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 그들이 납치하여 살해한 5명은 모두 그랜저 승용차를 타고 있었을 뿐, 다 부자는 아니었다.
인천과 영광, 두 곳에서 터진 사건의 거리는 멀지 않다. 황금만능 풍조, 인간으로서의 분별력 상실, 범죄를 통해서라도 일확천금하겠다는 거친 욕구등이 두 사건의 기둥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인천의 사건은 영광사건의 한 배경이다. 20대 초반의 청년들이 남의 돈을 뺏어 흥청망청 살겠다는 빗나간 욕심으로 사람들을 참혹하게 살해한 후 엉뚱하게 「불공평한 사회, 가진 자에 대한 복수」를 내세우면서 조금도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배경에는 인천사건과 같은 수많은 사건들이 있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인천사건과 영광사건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우리들도 조금씩 연결되어 있을지 모른다. 우리들 각자가 이성을 회복하여 사회의 이성을 살려내야 한다. 우리가 지난 30여년 동안 땀흘려 이룩한 「잘 사는 사회」가 이런 모습이어서는 안된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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