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터측선 “평화노력 무시” 홀대 비난 지미 카터전미대통령의 활발한 외교활동을 둘러싸고 미외교가에 미묘한 갈등기류가 조성되고 있다. 최근 들어 클린턴행정부의 외교노선에 대한 카터전대통령의 발언수위가 부쩍 높아지면서 미외교의 총본산격인 국무부의 「견제」와 카터진영의 「반발」이 맞물려 적지 않은 마찰음을 빚고 있다.
갈등의 도화선은 아이티사태의 중재를 마치고 귀국한 지난 19일부터 연사흘째 계속된 카터의 대행정부 비난발언. 요지는 클린턴행정부가 자신의 평화중재노력을 평가절하하고 있다는 것이다. 카터는 특히 21일 뉴욕타임스와의 회견에서 클린턴대통령이 아이티사태가 완전히 종결되기 이전에 자신의 현지철수를 종용한데 대해 불만을 토로하면서 카터의 재임시절 국무부차관을 지냈던 워런 크리스토퍼국무장관도 자신을 홀대하고 있다고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국무부는 이에 대해 전임대통령에 대한 예우차원에서 직접적인 언급은 자제하고 있지만 내심 곤혹스런 기색이다. 마이크 매커리국무부대변인이 19일 카터전대통령의 외교활동과 관련, 『미국 외교정책의 결정주체는 클린턴대통령과 크리스토퍼국무장관임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천명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풀이할 수 있다. 23일부터 북한과의 고위급회담을 가질 로버트 갈루치국무부차관보도 카터의 한반도평화중재노력에 관해 『어떤 외교적 상황에서도 한 사람이 모든걸 도맡아 해결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해 묘한 뉘앙스를 풍겼다.
물론 국무부는 수차례 공식논평을 통해 그간 카터가 보여준 위기중재능력을「(미외교역량의) 독특한 자산(UNIQUE ASSET)」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카터전대통령이 국가차원의 지원을 받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는 형식적인 수사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카터진영의 인물인 즈비그뉴 브레진스키전백악관 안보보좌관이나 돈 매켄리전유엔대사는『클린턴행정부는 자신의 무능으로 인해 야기된 미국의 외교적 진공상태가 카터에 의해 메워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면서 행정부가 카터를 견제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이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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