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교착때 “히든카드”/정책혼선 돌출행동엔 우려/카터도 행정부시선의식 행보엔 “조심” 클린턴미행정부는 공식적으로는 지미 카터전미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중재노력을 환영하는 입장이나 내심으로는 일말의 불안감을 갖고 그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는것으로 보인다. 카터전대통령과 미행정부 관리들사이에는 현재 미국의 대외정책문제를 놓고 미묘한 긴장관계에 놓여 있는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러나 백악관측은 카터가 남북대화의 중재노력을 측면에서 지원하겠다고 나설 경우 이를 마다할 입장은 아니라는게 이곳 외교소식통들의 대체적 분석이다. 만일 오는 23일 재개되는 북미간의 고위급 핵협상이 제자리걸음을 계속하거나 남북관계의 경색이 장기화될때 미국은 카터의 외교에 기대를 걸지 않을수 없을 것이다. 카터도 이같은 상황이 오기전에는 직접개입을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미관리들은 순탄치만은 않을 대북 핵협상의 앞날을 생각해볼때 카터전대통령이 북한측과의 비공식 대화창구를 유지하는 데에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판단하고있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들은 지난 19일 있었던 박길연유엔주재 북한대사의 애틀랜타 방문은 북한측이 카터의 평양방문을 격식을 갖추어 재차 요청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북한은 김일성 사망 직후 카터의 방북요청을 거절한데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이때문에 김정일은 카터가 적당한 시기에 평양을 방문해주길 바란다는 편지를 두차례 보냈던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소식통은 북한은 카터가 김정일의 권력승계식에 때맞춰 북한을 방문해주기를 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카터센터의 한 관계자는 20일 박대사 일행의 카터면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카터전대통령은 이자리에서 남북간 화해노력의 필요성을 강조했으며 북한측은 카터대통령을 상당히 편한 상대로 생각하고 회담결과에 만족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한편 미국관리들이 카터전대통령의 남북문제 중재개입을 마땅찮게 보는 이유는 그가 지난 6월의 북한방문 당시와 최근 아이티에서의 협상때 보인 「예측불가능한 태도」때문이다. 카터전대통령은 지난번 김일성과의 평양회담 도중 『미국이 북한에 대한 유엔의 제재추진 노력을 중단했다』는 실언을 해 미행정부관리들을 곤혹스럽게 했으며 지난주말 아이티군부와의 협상때도 『빨리 포르토 프랭스를 떠나라』는 클린턴대통령의 요구를 무시하고 협상시간의 연장을 간청해와 클린턴을 곤경에 빠트린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클린턴행정부의 외교팀 가운데서도 앤터니 레이크 안보보좌관이나 워런 크리스토퍼국무장관등은 카터의 재부상을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다. 이들은 클린턴대통령에게 가능한 한 「카터카드」사용을 자제할 것을 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미북간에는 현재 고위급 수준에서 핵문제와 관계개선을 위한 공식 협상채널이 가동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 북한에 대한 특사파견은 논의대상에서 제외돼 있는게 사실이다. 카터전대통령도 자신과 행정부 사이의 긴장된 분위기를 잘 읽고 있다. 그가 20일 한승수 주미대사와의 면담이 끝난뒤 『(현재로서는) 북한을 다시 방문할 특별한 계획이 없다』고 밝힌 것도 자신이 현 시점에서 대북외교의 전면에 나서려 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에서 나온 발언임이 분명하다.【워싱턴=이상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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