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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난 「지존파」4차례 범죄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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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난 「지존파」4차례 범죄행각

입력
1994.09.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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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쌓는다” 작년「실습살인」/조직이탈동료 잔인하게 살해 암매장/돈없는 피랍자 비닐씌워 질식사시켜 무차별 납치·살인행각을 1년여동안 자행해온 살인마들은 마치 벌레를 잡듯 사람을 죽이면서도 자신들은 지존파로 불려지기를 원했다. 살인연습부터 한뒤 실제범행을 벌여온 그들은 야쿠자와 폭력배조직을 흉내내면서 등산용 지팡이를 위장한 대검등을 고안해낼 만큼 범죄지능이 발달돼 있었다. 어떻게 인간이 그렇게까지 될 수 있을까. 무엇이 그들을 살인집단으로 만들었을까. 21일 현재까지 드러난 지존파의 살인행각과 성장배경, 선량한 피해자들의 주변을 정리한다.【편집자주】

▷범행1 살인실습(93·7)/피살자:신원미상 여인◁

 두목 김기환(26)등 지존파일당은 조직결성 직후인 지난해 7월 본격적인 범죄행각을 벌이기에 앞서 담력을 키우고 경험을 쌓는다는 명목으로 납치살인 예행연습을 했다.

 이들은 밤 11시께 충남 논산에서 대전쪽으로 향하는 도로상의 두계역 부근에서 혼자 길을 가던 23세가량의 여자를 실습대상으로 지목, 납치한뒤 인근 다리밑으로 끌고가 차례로 윤간했다. 두목 김은 폭행이 끝난뒤 조직원들에게 『범죄란 이렇게 하는 것이다』라며 실신한 여자를 그 자리에서 두 손으로 목졸라 살해하는 「시범」을 보였다. 이들은 이어 숨진 여자의 시신을 근처 야산으로 옮겨 준비한 곡괭이등으로 땅을 파고 묻었다. 희생자의 신원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범행2 동료살해(93·8)/피살자:조직원송봉우(20)◁

 지존파일당은 조직원중 송봉은(23)이 조직을 배신했다는 이유로 붙잡아 살해했다. 송은 지난해 7월의 살인실습을 하고 난뒤 『귀신이 자주 꿈에 나타난다』고 두려워하며 조직가담에 회의를 느끼는 기색을 보이다 한달쯤뒤인 8월에 2천만원이 입금돼 있던 조직의 예금통장에서 3백만원을 몰래 빼내 달아났다.

 두목 김등은 곧 송을 찾아내 전남 영광군 불갑면 불갑사부근 야산으로 끌고 갔다. 이들은 이곳에서 단검으로 송의 온 몸을 찌르며 한동안 고문한뒤 가져간 곡괭이로 머리와 등을 여러 차례 내리쳐 잔인하게 살해했다. 송의 시체도 살해현장 근처에 암매장됐다.

▷범행3 악사살해(94·9)/피살자:이종구(36)◁

 지존파일당은 두목 김기환이 지난 6월28일 강간치상혐의로 구속되자 강동은(21)을 새 리더로 정한뒤 7월에는 1주일간 지리산에서 지옥훈련까지 하면서 조직의 결속력을 다졌다. 강령에 충성할 것을 다짐하면서 배신자에 대한 응징을 결의하기도 했다.

 강등 범인들은 지난 8일 새벽 3시께 경기 양평군의 양수리국도에서 악사 이종원씨(경기 성남시)가 운전하고 가던 경기 1주1019호 그랜저승용차를 자신들의 르망승용차와 포터화물차로 가로막아 세웠다. 그랜저승용차의 운전석 옆좌석에는 이씨와 같은 술집에서 일하는 종업원 이모양(27)이 타고 있었다.

 범인들은 이씨의 차문을 열고 이들에게 가스총을 난사, 실신시킨뒤 고속도로와 국도등을 이용해 전남 영광에 있는 자신들의 아지트로 납치했다. 범인들은 아지트에 도착하자마자 우선 이양을 집단으로 성폭행한뒤 이씨와 함께 아지트지하실로 끌고 내려가 사설감옥시설인 철창안에 감금했다.

 범인 강등은 다음날 9일 아침 지하실에 내려와 이씨에게 돈을 요구했으나 이씨가 돈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죽이기로 마음먹은 듯 이씨의 입에 강제로 소주를 들어부었다. 이씨가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자 이들은 이씨의 머리에 비닐봉지를 씌우고 공포에 질린 이양에게 거들도록 지시했다.

 범인들은 이어 비닐봉지의 목부분을 졸라 이씨를 질식시켰다. 이씨는 한동안 고통에 몸부림치다 늘어져 숨졌다. 강등은 『살려 달라』고 애원하는 이양을 다시 지하철창에 가둔뒤 숨진 이씨를 그랜저승용차에 싣고 전북 장수군 반암면 교동리까지 운전해 가서는 아예 차를 계곡아래로 굴려 버렸다. 이씨가 교통사고가 나서 죽은 것처럼 위장하기 위한 것이었다.<5면예계속>

<4면서 계속>

◎인질협박 총주며 살해강요/“담력 키운다”불탄인육에 입대기도/“경찰습격·방송국 점거계획도”진술

 범인들이 지난해 8월 동료조직원 송을 살해 암매장한 이후 이달 8일 악사 이씨 납치살해사건을 저지르기까지는 전혀 범행사실이 드러나지 않아 이 기간의 행적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지금까지 드러난 4건의 범행외에 비슷한 수법의 범행이 7∼8차례 더 저질러졌다는 익명의 제보를 접수, 진위여부를 확인하는 한편 미제로 남아 있는 납치사건등을 재조사하고 있다.

▷범행4 부부살해(94·9)/피살자:소윤오씨부부

 강등 지존파일당은 지난 13일 하오 5시께 경기 성남시에 있는 남서울공동묘지에서 마침 추석을 앞두고 벌초를 하러온 경남울산 온산공단의 삼정기계사장 소윤오씨(42)와 부인 박미자씨(35)부부를 발견, 가스총을 쏘아 실신시켰다.

 범인들은 소씨부부를 미리 대기시킨 전남7더1771호 포터화물차의 짐칸에 실어 전남 영광의 아지트로 끌고 가 종전 수법대로 지하실 철창안에 감금했다. 소씨의 신분을 확인한뒤 이들은 몸값으로 1억원을 요구했다.

 다음날인 14일 상오 소씨에게 회사로 전화를 걸라고 강요, 현금 8천만원을 갖고 오게 한뒤 이날 하오 10시30분께 약속장소인 광주 광산버스터미널로 소씨를 끌고가 회사 총무과장인 심성수씨(37)로부터 이 돈을 받도록 했다. 소씨는 이때 터미널부근 육교에서 심씨와 함께 온 직원 안종환씨로부터 돈을 건네받으면서 『납치됐으니 따라오지 말라』고 말했다. 심씨등은 울산으로 돌아가서야 『사장님이 돈을 건네주면서 부들부들 떨고 있었으며 얼굴에 상처가 나 있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소씨가 돈을 건네받는 동안 지존파일당은 주변 50여 떨어진 곳에 승용차를 대기시켜 놓은채 감시하고 있었으며 범인중 일부는 부인 박씨를 아지트에 인질로 잡아두었다.

 범인들은 소씨를 끌고 다시 아지트로 돌아온뒤 다음날인 15일 새벽 3시께 『증거인멸을 위해 할 수 없이 죽어주어야겠다』며 이들 부부를 철창밖으로 끌어냈다. 강등은 『고통없이 죽여주겠다』며 소씨에게도 강제로 술을 먹여 취하게 한뒤 그때까지 감금해 두었던 악사 이씨(피살)의 동행녀인 이양을 불러내 공기총을 손에 쥐어주며 소씨를 쏘도록 명령했다.

 이양이 울부짖으며 거부하자 범인들은 『너도 죽고 싶으냐』고 협박했다. 겁에 질린 이양은 엉겁결에 총을 쏘아 소씨를 숨지게 했다. 범인들은 옆에서 이 광경을 보고 거의 실신상태에 빠진 소씨의 부인 박씨를 칼로 난자했으며 박씨가 쉽게 숨이 끊어지지 않자 다시 도끼로 내리치는 극도의 잔혹성을 보였다.

 강등은 이어 숨진 부부의 시신을 그 자리에서 칼과 도끼로 토막낸뒤 지하실에 만들어 놓은 소각장에 집어넣고 태워버렸다. 이들은 시체가 타는 동안 아지트마당에 나가 돼지고기를 구워 냄새와 연기를 위장했다. 범인들은 이 돼지고기를 마을주민들에게 돌리기도 했다. 이때 범인중 일부는 『담력을 키워야 한다』며 불에 탄 소씨부부의 인육에 입을 대기까지 했다. 그러나 범인들은 인육을 먹은 부분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다.

▷기타범행 모의◁

 지존파일당은 지난 6월 두목 김이 경찰에 구속되자 영광경찰서를 습격해 총기를 탈취한뒤 방송국을 점거, 세상을 깜짝 놀래줄 계획을 세웠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이들은 또 지난 7월초 서울시내 모백화점에서 고액쇼핑을 해온 부유층 주요고객 1백50여명의 명단을 확보, 차례차례로 범행대상으로 삼을 것을 계획했으나 검거되는 바람에 실행에 옮기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이와함께 검거뒤 서울의 부유층 청소년들인 오렌지족에 대한 극도의 적개심을 드러내 보이며 『죽이지 못한 것이 억울하다』고 말해 검거가 늦어졌을 경우 끔찍한 연쇄범행으로 이어졌을 가능성까지 있었다.

▷범행도구 및 총기◁

 지존파는 검거당시 피해자들을 아지트에 납치, 살해에서 시체유기하기까지 필요한 거의 모든 종류의 흉기를 다량 보유하고 있었다. 소씨를 살해하는데 사용된 수렵용 공기총에는 정밀조준을 위한 망원렌즈까지 부착돼 있었으며 이와 함께 전자봉 1개, 전자충격기 1개, 다이너마이트 21개와 뇌관 14개가 발견됐다. 이중 다이너마이트는 강원 삼척의 모광산에 근무하고 있는 일당 김현양의 친형으로부터 입수한 것으로 만약의 경우 자폭하기 위해 지니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들의 흉기중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길이 70㎝가량의 위장등산용 지팡이. 이 지팡이 한쪽 끝의 뚜껑을 뽑으면 날길이 15㎝의 날카로운 칼이 드러나는데 이런 종류의 흉기는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것이다. 이밖에 희생자들의 입을 막고 결박할 때 사용한 청테이프와 노끈, 시체를 토막낼 때 사용한 손도끼와 톱, 시체유기에 쓴 곡괭이등도 발견됐으며 무전기와 무선호출기등 첨단통신장비들도 압수됐다.【이준희기자】

◎「지존파사건」으로 본 역대 잔혹 살인사건/75년 김대두서 최근 박한상까지 잔인성·범행수법등 날로 대담

 살인조직 지존파사건은 일찍이 이 땅의 사건사에서는 없었던 잔인하고 극악한 범죄로 기록되게 됐다. 특히 이번 사건은 세기말적인 갱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엽기적 장면을 연출, 지난 75년 김대두(당시 26세·사형)가 전남 광산을 시작으로 55일동안 단신으로 전국을 누비며 낫·칼등으로 9차례에 17명을 살해한 사건보다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당시 김은 전과자에 대한 사회의 냉대를 원망하며 먹고 살기 위해 범행을 했다고 진술한 반면 이번 사건의 범인들은 『돈많다고 거들먹거리는 놈들, 압구정동 야타족등을 죽이고 싶었다』고 말하는등 사회 전체에 대한 무차별적이고 광적인 증오를 드러내 대조를 보이고 있다. 살해후 시체처리방법등에서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수법을 자행했다.

 지금까지 온 국민을 전율케 한 끔찍한 살인사건은 많았다. 63년 10월 탈영병 고재봉이 육군 301병기 대대장 이득주중령 일가족 6명을 칼로 무참히 난자살해한 사건에서부터 ▲87년 8월 정영팔(당시 24세)이 서울을 비롯, 경남 김해·전남 여수등을 돌며 노부부와 40대 여인등 4명을 연쇄살해한 사건 ▲90년 1월 6개월여에 걸쳐 서울·성남·구리등지를 돌며 10차례 강도행각을 벌이면서 7명을 살해한 심영구(당시 30세)사건 ▲오태환(당시 32세)등 4명이 90년 11월 경기도 양평에서 강릉 친척집에 가던 유증렬씨와 5세짜리 딸을 비롯한 일가족을 생매장한 사건등. 지난 5월에는 용돈마련을 위해 부모를 무참히 살해한 박한상군(23세)사건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범인들의 정신적 파탄구조나 일찍이 없었던 극악한 범행수법등으로 보아 최악의 범죄사건으로 지적되고 있다.【송대수기자】

◎“돈 많은 자를 저주한다”/잔악범죄 일삼는 「조직강령」/“목표 10억·배반자는 살해”내용

 폭력세계와 교도소생활을 소재로 한 소설등을 탐독하면서 모방범죄를 저질러 온 「지존파」는 두목 김기환(26·구속중)을 중심으로 「가진 자에 대한 저주」를 목표로 체계적인 조직강령까지 만들어 잔악한 범죄행각을 일삼았다.

 강령은 조직의 생존을 위해 「우리들의 뜻을 거스르고 배반하는 자는 무조건 죽인다」는 원칙을 먼저 세웠다. 이들은 조직에 가담했다가 이탈한 송봉우씨(20·전남 영광군 불갑면)를 지난해 8월 조직강령에 의해 살해, 암매장했다.

 「목표액 10억원이 채워질때까지 돈많은 사람에게 빼앗는다」는게 이들의 두번째 조직강령. 세부적인 행동원칙으로 이들은 그랜저승용차 차주만을 범행대상으로 삼았고 피해자에게서 빼앗은 돈은 모두 예금통장에 입금해 공동으로 관리해왔다.

 세번째 강령은 「돈많은 자를 저주한다」는 것이다. 그랜저승용차를 납치대상으로 삼은 것도 이 강령에 따른 것이다.

 이들은 이런 세가지 조직강령을 세워놓고 모든 행동을 강령의 철저한 실천으로 매듭지었으며 세부적인 행동원칙도 정했다.

 전 조직원이 가담하는 「공동살인」행위로 조직원의 공동체의식을 키운뒤 살해한 자의 인육까지 나눠 먹기로 하는등 조직원의 담력 키우기 훈련을 반복했다. 살인시에는 「고통없이 죽인다」는 배려(?)로 피해자에게 강제로 술을 먹여 취하게한 뒤 살해했다. 살인 뒤에는 증거인멸을 위해 지하소각장에서 시체를 불태우거나 교통사고등으로 위장처리했다.

 두목 김을 비롯한 「지존파」 전원은 자신들이 세운 조직강령과 이의 실천을 위한 행동원칙에 의해 범행을 이어나갔다.【염영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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