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체태운 철제봉·전기버너도/지하철창 곳곳엔 핏자국 선명/1층선 주범 애인 모피코트·성경까지 발견 「지존파」일당이 거처하며 엽기적인 살인행각을 일삼은 전남 영광군 불갑면 금계리 아지트 지하실은 끔찍한 「인간도살장」이었다.
잔인한 고문과 살인행위가 벌어졌던 감금시설과 시체를 태우는 소각장까지 모두 갖춘 지하실 현장은 유골 2구가 소각장에 그대로 남아 있었고 시체를 태울 때 뿜어나온 가스가 남은 듯 매캐한 냄새가 났다.
지하실은 비밀통로로만 들어갈 수 있었다. 건물 왼쪽 주차장에 있는 통로 입구는 가로1백20㎝, 세로 1백10㎝ 크기였다.
범인들은 1㎝두께의 철판으로 입구를 막고 다시 3㎝두께의 합판으로 덧씌운뒤 소씨로부터 빼앗은 그랜저 승용차 보닛으로 위를 덮어 입구를 위장했다.
마을 주민들은 3월부터 범인들이 건물을 지으면서 지하실을 만드는 것을 보았으나 그 입구가 없어 의아해 했었다고 말했다.
그만큼 지하실 입구는 위에 작은 상자나 짐등 은폐물을 놓기만 하면 전혀 찾아볼 수 없도록 은밀하게 꾸며져 있었다. 입구에서 목조사다리를 타고 지하실로 내려가니 3평남짓의 방과 「인간 도살장」으로 사용한 시체유기장이 나왔다. 방에는 시체를 태우는데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고성능 전기버너가 보였고 2개의 출입문이 있었다.
사다리 맞은 편에 있는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니 가로 2 세로 1.8 높이 1크기의 소각도구가 있었다. 소각장 중간부분에는 직경 3㎝의 철제 봉 14개가 촘촘히 박혀 있었다.
범인들은 소씨부부를 살해한 뒤 이들의 시체를 이 봉 위에 나란히 놓고 밑에서 전기버너로 시체를 소각했다.
소씨부부의 시체는 흔적이 거의 없고 다만 철제봉에 남아있는 유골 2구와 그 밑에 떨어진 타다 남은 살점과 옷가지만이 그들의 존재를 알 수 있게 했다.
소각장 바로 위에는 환풍기가 계속 돌고 있었고 옥상으로 이어진 연통이 검게 그을려 있어 소각 당시의 처참한 광경을 짐작케 했다.
사다리 오른쪽 철제출입문 뒤에는 바둑모양으로 된 철창살이 있었다. 가운데 출입문을 두고 양 옆으로 창살이 있는 이 감옥의 바닥 곳곳에서는 소씨부부의 혈흔이 선명하게 남아있었으며 벽면에도 검붉은 피가 말라붙어 있었다.
범인들은 현장검증에서 이곳에 소씨부부를 감금한뒤 고문을 가하고 이들을 신고한 이모양으로 하여금 공기총으로 쏴 숨지게 한 뒤 시체를 소각장에 옮겨 불태웠다며 당시의 상황을 태연하게 재연했다.
범인들은 아지트 안전관리에도 치밀하게 신경을 썼다. 외부인들이 들어갈 수 없도록 전기검침기를 대문 벽면 기둥에 설치해 놓는가 하면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지하실과 모든 방 대문등에 인터폰을 설치해 서로 연락을 취해 왔다.
주차장에는 소씨의 그랜저승용차가 완전범죄를 위한 증거인멸 작업으로 해체돼 있었고 소씨의 자동차 앞뒤 번호판 2개가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1층에서는 범인들이 임시로 기거했던 흔적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현관 입구 오른쪽 방에는 강동은의 애인 이모씨 것으로 보이는 모피 외투와 고급 드레스가 너절하게 걸려 있었다. 이 방에는 악보 소설책 10여권과 함께 성경책까지 발견됐다. 주방에는 라면 10여개와 양념류, 간단한 취사도구들이 있었다.
범인들은 지난3월부터 과거의 초가집을 모두 헐고 건설현장에서 익혔던 기술을 십분 발휘, 울력으로 이 건물을 지었으며 특히 건물이 거의 완공될 무렵인 지난 8월초에는 주민들로부터 의심받지 않기 위해 마을주민 15명을 초청, 돼지고기와 막걸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한때 범죄없는 마을로 지정됐었고 지난해에도 단순폭력사고 2건 뿐이었던 금계리 주민들은 한결같이 이곳에서 그렇게 끔찍한 엽기적인 살인행위가 벌어졌던 것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영광=림종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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