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물맑기」 사정 걸림돌 제거/조기수습·최시장보호 포석도 최기선인천시장이 추석연휴중인 19일 전격사퇴함으로써 인천북구청 세금횡령사건은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당정 고위관계자들이 최시장의 사퇴설을 한결같이 부정했던 지난 주말의 분위기가 뒤바뀐 배경에는 여권핵심부의 「중대한」상황판단이 깔려 있고 그만큼 정국파장도 확대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비록 최시장이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느껴 독자적으로 사퇴하는 형식을 취했지만 그 과정에서 청와대등과의 사전교감이 전제됐을 것이고 이는 곧 이번 사건을 풀어나가는 여권핵심부의 복안이 섰음을 의미한다. 특히 최시장이 상도동그룹의 핵심멤버로서 줄곧 김영삼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왔고 지난번 사전선거운동물의도 이겨냈음을 감안할 때 김대통령이 「읍참마속」의 결심을 한 것은 몇가지 중요한 정치적 함의를 지닌다는 관측이다.
첫째는 최시장이 이미 야당과 일부 여론으로부터 지휘책임에 따른 인책공세를 받고 있는 현실에서 『연루사실이 없다』고 문제를 피해나갈 경우 김대통령의 「제2개혁사정」의지는 희석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더구나 이번 사건의 내용과 규모가 갈수록 커짐에 따라 현정부의 개혁성과마저 의심하는 여론이 머리를 드는만큼 다시 한번 대통령 주변부터 분명히 정리하는 고강도의 처방이 불가피했다고 볼수 있다.
둘째는 최근 정부가 공직사회 비리근절의 「체온계」가 되는 중하위직 공무원의 복무기강확립을 위해 기관장 연대책임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점이다. 이같은 정부의 의지가 무게를 가지려면 김대통령의 아킬레스건같은 「최시장카드」부터 먼저 포기할 필요가 있었다는 얘기이다. 이로써 여권은 이번 사건의 처리과정에서 정치적 걸림돌이 될수 있는 요인을 사전제거한 셈이며 2차 사정의 중심을 회복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셋째는 김대통령이 18일 고향 거제를 방문한 자리에서 『부패분자들은 극소수에 그치고 양심적 공무원이 훨씬 더 많다』고 말했다는 점이다. 이와관련, 여권의 고위소식통은 『김대통령은 인천사건을 성역없이 원칙있게 처리하되 전체 공직사회의 동요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결국 최시장사퇴는 사태를 조기수습하는 실마리이자 공직사회에 대한 쇼크요법』이라고 말했다.
최시장사퇴의 정치적 의미와 효과는 그가 사퇴하지 않았을 경우 예상되는 문제점과 파문을 따져보면 더욱 뚜렷해진다. 당장 국정감사등에서 「봐주기사정」등의 구설수가 제기될 것은 물론 최시장 본인이 개혁정책의 한계와 실패를 보여준 중심표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정치권은 『최시장 개인으로 보면 이번 용퇴는 정치생명 보호를 위한 장기포석』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일찌감치 민선 인천시장후보로 지목돼온 최시장이 출마를 위해 어차피 내년초 현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면 차제에 「태풍권」을 비켜나는게 정치적 상처를 덜 입을 수 있다고 판단한 흔적이 짙다는 것이다. 실제 그는 재임중 실세시장답게 송도 해상신도시 건설, 인천대학등 선인학원 시·공립화, 인천지하철 착공등 굵직한 숙원사업을 거의 해결하는등 행정력을 발휘해 상당한 지지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보면 최시장사퇴는 여권핵심부의 「아 랫물맑기」사정의지를 확고히 하면서 최시장을 배려하는 다목적의 포석이라고 해야할 것같다.【이유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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