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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점투성이 경찰수사/“관할 미루기” 고질 공조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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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점투성이 경찰수사/“관할 미루기” 고질 공조실종

입력
1994.09.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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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신고 3일지나 겉치레 수사/초동단계 소홀로 조기차단 못해/윤화위장도 현장·정황조사 겉핥기 「지존파」의 연쇄살인범죄는 지난 8일 경기 양평에서 납치됐던 이모양(27)이 가까스로 탈출, 신고하지 않았으면 계속 이어질 공산이 높았다.

 이들의 가공할 범죄 행각이 1년여 계속되는동안 경찰은 겉치레 수사와 공조수사 외면이란 고질적 허점을 그대로 노출, 연쇄범죄를 조기에 차단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현재 드러난 상황으로는 지존파의 첫 범행은 93년 7월 충남 논산에서 20대 여자를 납치, 살해한 뒤 야산에 암매장한 것이다. 이 피해자의 신원이나 가출·실종신고등이 경찰에 접수됐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2번째 범행인 조직원 송봉우(20) 살해 암매장사건은 경찰이 인지하기 어려웠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나머지 사건들은 경찰이 비난을 면하기 어려운 정황들이 너무 많다.

 경찰의 고질적 문제인 공조수사 미비와 이로 인한 초동수사의 소홀은 지존파의 마지막 범행인 울산 삼정기계공업(주)대표 소윤오씨(42)부부 납치살해사건에 대한 대응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13일 경기 성남에서 지존파에 납치된 소씨는 범인들의 강요로 울산의 회사에 『돈을 준비해 오라』고 연락, 영업부장 심성수씨(35)가 14일 상오 1시25분께 광주 고속버스터미널에서 현금 8천만원을 소씨에게 건네 주었다. 심씨는 이때 소씨가 얼굴상처에 반창고를 붙이고 있었고 『납치당했다』며 극도의 공포감을 보인 점등에 납치사건임을 직감, 14일 하오 6시께 울산으로 돌아와 곧장 회사 앞 울산남부경찰서 온산지서에 직접 신고했다.

 그러나 온산지서측은 『남부경찰서에 가서 신고하라』고 미뤄 심씨는 하오 7시께 남부경찰서 형사계로 찾아갔다. 형사계 직원은 당초 『사건발생 장소가 광주이니 광주 경찰에 신고하라』며 다시 미루려다 신고를 접수했다. 그러나 남부경찰서는 관할구역이 아니라는 이유로 경찰청에 상황보고만 한 뒤 사흘이 지난 18일 상오에야 심씨를 불러 ▲소씨의 여자관계 ▲금전거래관계 ▲회사관계자들의 행적등을 집중 조사했다. 소씨주변인물의 소행과 소씨의 자작극 가능성에만 초점을 둔 안이한 수사를 한 것이다. 또 현장조사는 광주서부경찰서에 미뤘다.

 한편 사건관할서인 광주 서부경찰서도 15일 하오 울산에 형사대를 보냈으나 신고자 심씨를 승용차에 태워 광주로 데려가면서 회사 관계자들의 범행가능성에만 초점을 맞춘 질문을 했다. 경찰은 또 16일 낮 광주에서 심씨를 데리고 고속버스터미널 주변등에 대한 조사를 했으나 『신고가 신빙성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데만 신경을 쓰는 인상이었다』고 심씨는 밝혔다.

 9월 8일 경기 양평에서 이양과 함께 납치살해된 이종원씨(36)의 시체를 교통사고를 위장해 유기한 범행도 경찰이 제대로 수사했더라면 살인사건혐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범인들은 이씨를 납치한 다음날 비닐봉지를 얼굴에 씌워 숨지게 한 뒤 시체를 이씨의 그랜저 승용차 운전석에 앉힌 채 전북 장수 근교 계곡아래로 밀어 떨어뜨려 교통사고로 위장했다.

 장수경찰서는 이 사고를 단순 교통사고로 처리했다. 사고정황이 흔한 교통사고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교통사고」 현장과 시체를 조금만 세심하게 조사했더라면 사망원인과 사고상황에 의문점을 발견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경기 성남에 사는 이씨가 왜 장수까지 왔는지에 대해서도 전혀 의문을 갖지 않았다.【정재락·선년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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