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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터방문 모른체 필사의 탈출/아이티국경 정진석특파원 현지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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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터방문 모른체 필사의 탈출/아이티국경 정진석특파원 현지르포

입력
1994.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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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류장엔 보따리든 주민들 북적/총동원령 소문… 대미항전 방송 아이티는 지금 주민들의 탈출러시로 극도의 혼란에 빠져 있다. 이웃 도미니카공화국 접경지역으로 피란 나오는 아이티인들은 저마다 『아이티 전역은 극도의 혼란상태에 빠져 있다. 도시는 텅비어 있으며 거의 사람이 살 수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미군의 침공일 것인가, 아니면 평화적 타결에 의한 아이티 군부의 퇴진일 것인가의 긴박한 시점에서 아이티로 들어가려는 여러차례의 시도는 무산됐다. 현재 아이티와 외부세계와 통하는 유일한 관문은 도미니카 접경지역의 히마니 지역. 이곳에는 아이티로 들어가려는 보도진들이 수백명 대기하고 있다.

 17일 하오(한국시간 18일 상오) 히마니에는 미국의 군사작전이 시작됐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진원지는 알 수 없으나 수도 포르토프랭스에 총성이 들리기 시작했으며 하늘에는 미공정부대의 낙하산이 새까맣게 깔렸다는 것이다.

 히마니에서 아이티정부의 입국허가만을 기다리고있던 수백명의 신문 방송기자들은 갑자기 바빠졌다. 소문이 사실이라면 언제까지나 입국허가를 기다릴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미플로리다주의 지역신문에서 취재왔다는 짐(35세)과 함께 트럭을 타고 국경을 넘기 위해 미리 약속한 장소로 나갔다. 안내인으로 선정된 아이티인 4명이 트럭에 동승했다. 트럭에 타고 있는 기자들만도 10명은 넘어보였다.

 트럭은 산악지대를 빠져 이리저리 달렸다. 간간이 짐보따리를 둘러맨 아이티인들이 지나쳐 갔다. 약 4∼5쯤 달렸을까. 트럭이 갑자기 서더니 운전기사는 뒤칸에 타고 있던 보도진들에게 『여기가 아이티로 들어가는 마지막 관문소다. 스스로 알아서 통과해야 한다』고 주의를 환기시킨뒤 1백쯤 앞에 있는 검문소에 차를 세웠다. 검문소앞에는 차량통과를 막는 장애물이 놓여있고 건너편에는 수십명의 아이티인들이 통과수속을 밟고 있었다.

 검문소에는 10여명의 군인들이 중무장한채 입국허가서를 일일이 체크한뒤 통과시켰다. 무작정 달려온 우리 일행은 군인들을 붙들고 통사정했지만 그들은 완강했다. 입국허가서가 없으면 통과시켜 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막 검문소를 빠져나온 아이티인들로부터 포르토프랭스의 상황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어젯밤 포르토프랭스에 총성이 울려퍼졌다. 여느때와 다른 분위기여서 간밤에 한잠도 못자고 아침일찍 보따리를 챙겨 나오는 중이다. 미군특공대가 포르토프랭스에 이미 투입됐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포르토프랭스로부터 40를 달구지를 타고 온 리바스 자파타씨(32세)는 이미 나돈 소문을 뒷받침하듯 긴박한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카터전미대통령이 세드라스장군과 담판을 갖기 위해 아이티에 도착했는데 무슨 전쟁이냐고 묻자 『카터의 방문은 금시초문』이라는 대답이다. 수도 포르토프랭스는 물론 아이티 전역이 미군침공에 대한 불안에 휩싸여 있는 것이다. 아이티인들이 전하는 소문은 사실이 아님이 판명됐다. 

 포르토프랭스에는 경비가 강화됐다. 지난 16일에도 미공군 전투기가 포르토프랭스에 나타나 무언가 마구 떨어뜨렸다. 시민들은 공습이 시작된 것으로 알고 거리로 뛰쳐나왔는데 알고 보니 라디오와 선전전단이었다.

 대통령궁이 있는 포르토프랭스 중심가인 삼디마스가에서 왔다는 또다른 아이티인은 대통령궁주변에는 4∼5개 중대규모의 병력이 삼엄한 경계를 펴고 있다고 전했다. 빌 클린턴미대통령의 대국민연설때부터 시작된 아이티인들의 수도탈출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결사적이 되어 가고 있다. 포르토프랭스 버스정류장은 보따리를 든 사람들로 만원이라고 전했다.

 지금 세드라스장군이 젊은이들에 대해 총동원령을 내린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시골로 떠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도 그러한 소문 때문이다. 라디오 방송은 수천명의 젊은이들이 자진해서 군 사령부에 집합, 무기지급을 요구했다고 보도하면서 미국의 침략에 맞서 싸우자고 촉구하고 있다. 서방언론에게는 미군의 공격소문이 좋은 뉴스거리인지 모르나 아이티인들에는 「생사의 갈림길」로 몰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히마니(아이티 접경)=정진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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