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니 법에걸리고 안하자니 내심찜찜”/법테두리내 성의표시 묘안고심 국회의원 사이에는 「추석대책」이라는 말이 있다. 최대의 명절인 추석을 즈음해 지역구 유권자나 당직자들에게 선물 돌리는 것을 두고 하는 얘기다. 그만큼 추석 무렵의 선물관행은 의원들에게 부담이기도 하고 오래된 관행이기도 했다.
그러나 새 선거법이 처음 적용되는 올해에는 이같은 용어가 필요없게 됐다. 엄하게 사전선거운동을 금하고 있는 새 선거법을 들이밀며 선관위가 의례적인 선물까지 막고 있기 때문이다. 선관위는 예전같으면 거리마다 나붙었을 「안녕히 다녀오십시오」 「고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는 등의 현수막부터 일절 붙이지 못하게 했다. 지역구의 경우도 특별한 연고가 없을 경우 노인회관과 고아원등에 마저 음식물 제공을 금했다. 민속경기대회나 불우이웃돕기등과 관련해 금품을 제공하는 행위도 원칙적으로 제한된다.
선관위가 이처럼 강력한 단속지침을 밝히자 의원들의 반응은 두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지나치게 엄격한 것이 아니냐는 불만과 핑계김에 잘됐다는 반응이다. 물론 이같은 양갈래 반응은 대부분 혼재된 상태로 존재한다. 때문에 많은 의원들은 『추석대책에 골머리 썩이지 않아서 좋다』는 생각과 함께 『그래도 꼭 인사를 해야 할 곳은 해야 할텐데…』라는 부담을 동시에 안고 있다. 그래서 단속에 걸리지 않는 범위에서 인사치레를 하기 위해 묘안을 짜내기도 한다.
특히 농촌이 지역구인 여당의원들은 새 선거법에 적지 않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아직 바뀌지 않은 유권자의식과 엄격한 단속지침 사이에서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유돈우의원(민자)은 『과거에는 지구당 당직자들에게 조미료등 간단한 선물을 했는데 이제는 그것도 할 수 없게 됐다』면서 『당직자들이 어느 정도 이해를 하면서도 섭섭해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의원들도 마음이 꺼림칙하기는 마찬가지다. 조홍규의원(민주)은 『그동안 선물을 돌릴 형편도 못됐지만 조그마한 정성표시마저 할 수 없게 되니 각박하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대부분 의원들은 그러나 추석연휴중 법테두리안에서 최대한 지역주민에 성의표시를 할 예정이다. 주로 양로원 고아원 환경미화원 불우이웃시설 등을 방문, 약간의 선물을 돌릴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의원들은 깨끗한 정치라는 새 선거법의 기본정신에는 공감하면서도 선관위의 교과서적인 해석과 단속제일주의에는 부정적인 반응도 보이고 있다. 정치특위에 참여했던 박헌기의원(민자)은 『선거법의 원래 취지는 매표를 막자는 것』이라며 『이를 지나치게 확대해석해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정광철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