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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의 호황과 부도사태/박무 경제부장(데스크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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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의 호황과 부도사태/박무 경제부장(데스크진단)

입력
1994.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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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계의 고위인사 한분이 최근의 중소기업 부도사태에 대해 매우 「이색적인」 견해를 밝혀 관심을 끌고 있다.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에 처한 것은 요즘들어 부쩍 강조되고 있는 규제완화에 상당부분 그 원인이 있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앞으로도 자율화 시책은 더 강화될 수밖에 없는 추세인데 그렇게 되면 중소기업들의 어려움도 더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시대적인 추세와 정부의 커다란 시책방향이 자율화 규제완화인데 그 때문에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에 처하게 되고 갈수록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규제완화가 원인

 정부의 규제 간섭이 없어지고 금융이 자율화되면 은행들은 경제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게 되는게 자연스러운 결과다. 정부의 규제 간섭이나 가이드라인 대신에 시장원리를 좇아 「경제적」으로 움직이게 되는게 자율화의 당연한 결과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영리기업」인 은행이 경제적으로 행동을 한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 신용 좋고 돈 떼일 염려가 없는 대기업에 집중적으로 대출을 해주는 것이 당연지사고 신용이 불안하고 담보도 약한 중소기업에 대출을 해주는 것은 「반 경제적」일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중소기업들이 은행돈을 그나마 얻어 쓸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규제 간섭 덕분이었다. 각종 정책금융이나 중소기업의무대출제도 같은 것들이 그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각종 규제 간섭이 철폐되고 금융이 자율화되면서 그나마 명맥을 유지해오던 중소기업 대출이 자꾸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은 충분히 예측이 될 수 있었던 일이다. 중소기업이 약자니까 보호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것은 일종의 도덕적인 태도다. 정부는 당연히 그래야 하고 또 그래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민간 영리기업에 그런 도덕적 요구를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은행이 자발적으로 중소기업에 많은 대출을 해줄 이유는 없는 것이다. 그건 경제논리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금융자율화를 추진하는 정부는 마땅히 중소기업문제를 해결하는 별도의 대책을 미리 마련하고 어떤 준비가 있었어야 하는 것이고 지금이라도 더 늦지 않게 준비와 대책을 서둘러야 하는 것이다. 신용금고의 활성화라든지, 어음유통의 활성화라든지 업계에서 요구하고 있는 것들만 잘 검토해도 많은 대책들이 생산될 수 있었을 것이다. 

○별도의 대책 필요

 지금 부도율은 0.18%(8월)―. 부도율 집계를 시작한 이래 처음 보는 사상최고 수준이다. 경기가 최악으로 바닥을 쳤던 지난 92년의 부도율(연간)이 0.12%, 중소기업들이 다 쓰러진다던 지난해 10∼11월 실명제 실시 직후의 부도율이 0.16∼0.17%였으니까 이때와 비교해 보면 지금의 부도율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8%가 넘는 고율성장에다가 3년만에 처음이라는 지금 같은 호황국면에서 중소기업들이 하루 27개씩(올 상반기 평균) 쓰러져 나가면서 부도율이 매달 사상최고 기록을 깨고 계속 높아져 가고 있으니 누구라도 이걸 예사로운 일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눈앞에서 전개되고 있는 사상최대규모의 중소기업 부도사태에 대해 따지고 보면 별로 걱정할 일이 못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예상밖으로 많다. 특히 권력과 행정의 언저리에 있는 학자 전문가들과 한은 KDI같은 데 있는 일부 관변이론가들은 이른바 허수론이니 시차론이니 구조조정론이니 하며 지금의 부도사태를 대수롭지 않게 평가하고 있다. 중소기업문제에 대해 고위층에 자주 자문을 한다는 모교수도 그런 평가를 「위」에 올리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부도 때문에 돈을 풀어 지원을 하면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작정 돈을 푼다는 것은 물론 위험한 일이다. 그러나 돈 푸는 것외에는 다른 중소기업대책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더 위험하다.

○아우성소리 묵살

 업계와 금융계에서는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애정이 출범 초기만 못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기업과는 정 반대가 됐다는 것이다. 치솟는 부도율과 업계의 아우성소리에 정부는 함구, 묵살로 대응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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