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한양레퍼터리 내달 9일까지 공연/미 고전… 객석·배우 하나만든 연출 돋보여/2주일새 3천5백여명 관람 극단 한양레퍼터리가 10월9일까지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하는 「트루 웨스트」(741―3391)는 최근 동숭동 대학로에서 가장 많은 관객을 끌고 있는 연극이다.
2주일만에 3천5백여명이 관람했고, 주말이면 1백60여석의 자리가 발디딜 틈 없이 꽉들어차 보조의자 50여개를 놓고도 자리가 모자랄 정도이다. 특히 미국의 연극을 대표하는 고전적인 작품이라는 점에서 영문학도·연극학도들이 공부삼아 단체관람을 하기도 한다.
「트루 웨스트」는 미국 극작가 샘 셰퍼드의 희곡을 박중현씨가 연출한 작품이다. 「진짜 서부」라는 뜻이 암시하듯 미국인 정서의 밑바탕을 이루고 있는 서부에 대한 동경, 잊혀진 꿈의 실현이 주조를 이루고 있다.
지극히 미국적이랄 수 있는 작품이 한국의 연극팬들에게 호소력을 갖는 것은 배우와 관객의 호흡을 일치시키고자 한 연출때문이다. 관객과 배우가 같은 공간에 있다는 연극의 특징을 철저히 살리고자 한 연출자의 의도가 맞아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관객들은 인기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에서 백화점 직원으로 출연해 낯익은 권해효(오스틴 역)의 표정 하나하나에 환호성을 지르고, 오세준(리 역)의 건달연기를 재미있어 했다.
시나리오 작가인 동생 오스틴과 건달에 도둑질까지 하는 형 리가 서로의 처지를 부러워하는 장면, 학교도 제대로 못나온 리가 오스틴을 제치고 영화제작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장면, 급기야는 오스틴과 리의 성격이 반전되는 장면등 중요한 대목마다 웃음이 그치지 않았다.
마지막에 샌님같던 오스틴이 토스터를 훔쳐오고, 맞춤법도 모르는 리가 영화대본을 쓰는 모습이 억지스럽기도 하지만, 형제간의 갈등에 이은 화해가 보편적인 공감대를 갖는다.
연출자 박중현씨는 『커다란 사회적인 메시지를 내기보다는 형제간의 라이벌 의식, 의사소통 단절로 인한 갈등의 문제가 여러 사람에게 공감을 주는 것 같다. 배우의 연기력에 기반한 정통적인 연극이라는 것도 관객을 편하게 한다』고 말했다.
이 연극이 성공하는 또 다른 이유는 극단 한양레퍼터리가 92년 창단 때부터 모집해온 「관극회원」들이 고정관객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1천원의 가입비를 내면 회원 소식지와 할인권을 받는 관극회원이 되는데, 이들이 극장을 찾고 있다. 극단측은 『현재 전체 관객의 15% 정도가 관극회원이며 공연 때마다 관극회원 관람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이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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