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절충안제시 미거부 가능성/세부논의보다 「정치타결」 타진 평양과 동시에 지난 10일부터 베를린에서 열린 북미전문가회의가 평양보다 이틀 늦게 14일 끝났다. 평양회의가 연락사무소 설치를 위한 실무사항을 논의하는 정치적 성격이었다면 베를린회의는 기술적 해결을 위한 회의였다.
따라서 두 회의는 어차피 서로 연계되는 성격은 아니었다. 평양회의는 「유익하고 협조적인 분위기」에서 예정보다 하루 일찍 끝난 반면 베를린회의는 진통끝에 하루 더 연장되는 대조를 보였다. 이는 23일 제네바에서 열릴 북미 3단계 고위급회담에서 북미관계개선문제보다 핵문제가 본격논의될 것임을 예견케 해주는 것이다.
베를린 전문가회의의 의제는 경수로 건설과 폐연료봉 처리, 대체에너지 제공의 3가지였다. 이중 4일간 회의의 대부분을 차지한 것은 경수로문제로 나머지 사안은 경수로에 밀려 마지막 날인 14일에야 본격 논의됐다.
경수로 문제로 양측은 지난 12일 하오와 13일 하루내내 전체회의를 열지 못하고 수석대표간 회의만 3차례 가지면서 문제의 타개를 시도했으나 별 성과가 없었다.
양측이 가장 크게 의견차를 보였던 문제는 역시 경수로형의 선정문제였다. 미국측은 한국이 실질적으로 주도하는 형태인 한국표준형을 건설해야 한다는 확고한 입장을 북한에 전달했다고 현지에 파견된 정부의 한 관계자는 밝혔다. 이 관계자는 북한의 한국형 경수로 거부로 회의가 교착되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미국이 한국을 어떤 식으로든 포함시키는 형태로 기술지원과 재정부담의 주체를 각각 달리하는 융통성있는 방식을 제시했을 가능성을 부인했다. 결국 미국은 경수로문제의 해결은 한국형이외에 대안이 없다는 점을 확실히 했다는 것이다.
북한측이 이에 대해 어떤 대안을 내놓았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김정우수석대표는 보도진에게 안전성, 수출실적등을 인정받은 경수로를 언급했을뿐 독일형이나 러시아형등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따라서 북한이 어떤 거래를 제시했을 가능성은 있다. 현실적으로 한국이 완전배제된 경수로는 지원받지 못할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있을 북한은 한국형이라는 냄새가 최대한 덜 나는 절충방안을 제시했을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이 이를 수용하지 않아 회의가 길어졌고 교착상태에 빠졌을 가능성도 있다.
한편 경수로형의 선택과 무관한 원전의 입지, 북한의 전력 수급계획에 대한 기술적 검토, 안전문제등에 대한 자료 및 의견교환도 상당히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구소련으로부터 지원받으려했던 경수로의 건설 후보지인 함경남도 신포를 후보지로 제안했을 가능성이 크다.
폐연료봉 처리문제도 결론이 나지 않은채 제네바회담의 테이블로 넘겨진 것 같다. 북한은 미국이 요구한 폐연료봉의 제3국이전에 대해 당장 확실한 보장은 하지 않고 우선 냉각수조속의 보존기간을 연장하기 위해 미국의 기술지원을 요청해 이를 위한 전문가파견에 대한 논의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문가회의에서 어떤 합의나 결정사항이 발표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를 실패라고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차피 중요한 결정은 제네바회담에서 내려질 것이다. 단지 이 회담을 앞두고 양측의 입장을 확실히 알아두고 가능한한 기술적 부분에 대한 전문가들의 검토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리고 양측은 경수로등 중요사항에 대한 이견을 확인했고 제네바에서의 정치적 타협의 가능성을 타진해본 것이다. 베를린 전문가회의의 결과는 제네바회담이 순조롭지만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베를린=한기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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