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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협정의 선행조건(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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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협정의 선행조건(사설)

입력
1994.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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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자당이 가까운 시일안에 미국과 북한간의 관계개선과 협력이 급진전할것에 대비, 북한과 현 정전협정체제를 평화협정 체제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키로 한것은 매우 주목할만 하다. 그동안 평화협정에 대해 정부 못지않게 반대해 왔던 여당이 이같이 자세를 바꾸기로 한것은 급변하는 국제기류, 특히 대북정책에 있어 적극대응하겠다는 것이어서 의의가 있다하겠다. 이에 대해 정부는 『시기적으로 너무 이르고 또 자칫 북한의 전략에 말려들 여지가 있다』고 부정적인 반응이어서 이 문제가 어떻게 조률될것인지는 미지수다.

 평화협정추진에 대한 북한의 주장과 공략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1970연대 이후 평화공세, 미소공세의 일환으로 집요하게 전개해 왔고 올들어 절정에 이르고 있다.

 즉 4월28일 외교부대변인 성명을 통해 이를 역설한뒤 5월초에는 판문점 군사정전위를 거부하고 대신 인민군대표부를 일방적으로 설치했으며 얼마전에는 중국대표를 철수시켜 정전위를 무력화시킨 것이다. 이 여세를 몰아 북한은 미국과의 핵해결협상을 계기로 이를 강력히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미국과의 적대관계를 청산, 관계정상화를 꾀하고 정전체제를 평화협정체제로 바꾸자는 것이다. 이는 한국을 배제시켜 협정체결후 미군을 철수시키려는 계산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우리로서는 정전협정이 북한의 불법침략으로 이뤄진 것이어서 이를 전환하는 것은 매우 심각하고 중대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민자당이 선언적의미만 담긴 「평화협정으로 전환」(5조)대목을 보다 구체적으로 보완하는 수준이라고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전환에는 반드시 필수적 조건을 갖춰야 한다.

 첫째 평화협정은 오직 남북한간의 협의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북한은 정전협정에 미국이 서명했기 때문에 미국과 논의하겠다 하는것은 말도 안된다. 한국은 피침국인데다 유엔군의 일원으로 북한공산군과 싸웠기때문에 마땅히 당사국이 돼야 한다.

 다음 평화협정은 아무리 미사려구로 작성해도 실천적 보장장치가 없으면 휴지에 불과하다. 북한은 남한적화의 포기와 유엔의 평화의무 준수를 재천명하는 한편 불가침에 대해 협정을 통해 다짐해야 하고 아울러 미북간 불가침협정등을 통해 이를 보장해야한다.

 셋째 평화협정은 현 정전협정을 유지하면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협의, 완성시킬 필요가 있다. 끝으로 가장 중요한것은 평화협정으로 전환된다 해도 한미상호방위조약과 미군주둔은 확고하게 유지되어야 할 것이다.

 이같은 기본조건과 함께 현 정전협정은 유엔의 결의와 주관하에 북한과 체결된 것인만큼 이를 수정, 변화시킬때는 유엔의 결의를 거치게 함으로써 한반도의 평화보장을 보다 확실하게 하는 방법도 고려해 봄직하다.

 정전협정체제의 변경―평화협정으로 대체는 조건이 충족될 경우 신중하게 검토, 추진돼야 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거부, 묵살하는 때는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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