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백원대 위협… 수출감소·수입확대 가중/경제기틀 악영향… 자본자유화도 먹구름 원화의 「거품절상」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외국과의 실물거래에서는 여전히 적자가 확대되고 있는데도 자본유입이 급격히 늘어나 원화의 돈값이 오르고 있는 것이다. 즉 경상적자의 확대로 원화의 실질적인 값어치가 높아지기는커녕 더욱 떨어지는 안좋은 상황인데도 「절하」돼야 할 원화환율이 정반대로 「절상」되고 있다. 국내의 달러화가 흔해진다는 이유만으로 실속없이 원화가 귀한 대접을 받고 있는 셈이다.
환율은 기본골격상 해당국가의 경쟁력을 말해주는 지표다. 상품경쟁력이 시원찮아 적자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나타나는 이번의 원화절상은 이점에서 제 실력과 상관없는 「거품」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러한 거품절상은 가뜩이나 늘고 있는 수입을 더욱 촉발시키고 회생기미를 보이고 있는 수출경쟁력을 빼앗아 경상적자를 갈수록 확대시키는 악순환을 낳는다.
올들어 지난 8월말 현재 수출입을 포함한 경상거래의 적자규모는 35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이정도규모의 적자라면 원화의 대미 달러환율은 예전같으면 벌써 4%가량은 절하돼야 마땅하다. 그래야 상품의 경쟁력이 가격측면에서나마 다소 회복돼 수출이 늘고 적자가 감축된다. 지난해의 경우 같은 기간동안 경상수지적자가 11억달러였는데 원화환율은 2.5%가 절하됐다.
그런데도 올들어서는 8월말까지 거꾸로 0.9%가 절상됐다. 13일엔 1달러에 8백.50원으로 8월말보다 0.60원이 낮아져 8백원대를 위협하고 있다.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이상현상이다. 이유는 경상적자로 인해 35억달러의 외화가 해외로 빠져나간 반면 차관이다, 해외증권발행이다 국내외국인 주식투자다 해서 50억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외화가 유입됐기 때문이다. 상품경쟁력이 떨어져 경상적자는 확대되는데도 외화유입의 통로를 이전보다 크게 열어놓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국내에 외화가 많아진 것이다. 정부가 자본자유화정책을 적극 추진한 결과 생긴 현상들이다.
경상수지가 35억달러 적자인 상태에서 원화환율이 절상되느냐, 절하되느냐에 따라 우리경제는 명암이 뚜렷이 엇갈리게 된다.
지금처럼 절상되는 경우 경제기틀이 와해될 우려가 있다. 즉 경상적자상태에서는 마땅히 원화절하가 이뤄져야 그나마 수출이 늘어난다. 그런데도 자본유입이 늘어나 원화절상이 이뤄지면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수출이 더욱 악화된다. 1달러에 8백10원인 상태에서 적자를 면치 못하던 무역거래는 1달러에 8백원이 될 경우 수출이 줄고 수입은 늘어 적자폭이 더욱 확대될 것이 뻔하다. 그러면 다시 1달러에 8백10원이 되려는 절하압력이 커지지만 단기적으로 자본유입이 계속 확대되고 있기때문에 오히려 현재와 같은 절상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결국 수출이 곤두박질치고 수입할 여력이 사라지는등 우리경제가 외국자본에 더이상 매력이 없게 될때에야 자본유입이 중단된다. 이때가 되면 거품절상도 당연히 사라지겠지만 이미 경제는 망가질대로 망가진 후가 될 것이다.
우리경제는 경상수지흑자를 바탕으로 한 실질적인 원화절상에도 쉽게 대응하지 못하는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 경상수지흑자 때문에 나타나는 절상은 나름대로 알찬 것이다. 제한된 것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실력을 밑바탕에 깔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거래상으로 들어오는 외화는 정부나 기업입장에서 볼 때 결국은 빚이다. 지금의 원화절상은 빚을 많이 얻어놓고 부자인양 행세하는 것과 흡사하다. 정부의 자본자유화정책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도 이때문이다.
실물경제가 기조적으로 튼튼하지 않은 상태에서 외화유입의 문호을 활짝 열면 외국에 비해 2배가까이 되는 국내금리를 따먹기 위해 외화가 마구 흘러들어와 「경상적자상태의 원화절상」등 각종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는 것이다.【홍선근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