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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과 친일(장명수칼럼: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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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과 친일(장명수칼럼:1721)

입력
1994.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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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문화연구원이 95년 발간 예정인 민족문화 대백과사전 증보개정판에는 사회지도자·예술가등 26명의 친일행적이 수록될 것으로 알려졌다. 김숙희 교육부장관은 야당의원 21명으로 구성된 「민족문제에 의견을 같이하는 의원들」이 낸 서면질의에 대한 답변서에서 이같이 밝히고, 정신문화연구원이 작성한 수정대상인물 및 내용을 첨부했다. 일제시대에 활동했던 많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가 민족운동가인가, 친일파인가 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제에 항거하여 애국운동을 한 것도 사실이고, 일제에 협조하여 친일행각을 벌인 것도 사실이라면, 그가 어느 쪽에 속하는지를 평가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래서 『역사의 평가에 맡기자』는 편리한 돌파구로 그들에 대한 평가를 유보하는 경우가 많았다.

 정신문화연구원이 국고 1백70억원을 들여 제작한 민족문화 대백과사전은 이완용등 대표적인 친일파들에 대해서는 「친일파」 「민족반역자」등으로 분명하게 규정하였고, 이광수·최남선등 문인들의 친일행적도 일부 기술하였으나,그밖의 인물들에 대해서는 자료의 미비나 학술적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친일행적을 기록하지 않았었다. 정신문화연구원이 증보개정판을 준비하면서 그동안 평가를미뤘던 수록인물들에 대한 기록, 특히 친일행적을 보완하기로 한 것은 뜻깊은 진전이다.

 백과사전에 새로 넣거나 보완하기로 한 친일행적은 다양하다. 이른바 성전의 종군작가와 조선문인 보국회 간사로 활동했다는 사실, 시국강연회와 논설기고로 일제에 협력했다는 사실, 학병 권유 연설을 했다는 사실, 초기에는 논설로 일제를 비판하다가 매일신보 주필이 되면서부터 친일로 돌아섰다는 사실, 친일여성단체를 조직하여 활동했다는 사실, 악단을 조직하여 음악보국운동을 한 공로로 예술상을 받았다는 사실, 친일 여성단체가 일본총독에게 금비녀등 패물을 증정하는 모습을 그렸다는 사실등이 열거되어 있다.

 그 사실들중에는 명백한 친일행적도 있고, 애매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그러므로 수집된 자료들에 대한 매우 객관적이고 신중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느껴진다. 분명하게 친일행적을 한 사람들을 그동안 애국운동가로 미화해 온 것도 나쁘지만, 경미한 친일행적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친일파로 모는 것도 폭력이 될 수 있다.

 역사적 평가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시류를 타는것이다. 오랫동안 저쪽으로 쏠렸던 역사적 평가가 이제 반대쪽으로 쏠린다면 그것 역시 바른 평가는 아니다. 애국자이기도 하고, 친일파이기도 했던 불행한 시대의 많은 인물들에 대한 균형잡힌 평가로 역사의 진실을 밝히는데 기여해야 한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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